신용카드. /조선DB

카드 대금 결제를 일부 미뤄주는 대신 고금리 수수료를 받는 리볼빙 관련 자산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순간 부실채권으로 변할 수 있는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어서 카드사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현대‧삼성‧롯데‧하나‧우리‧BC)의 결제·대출성 리볼빙을 포함한 리볼빙 자산은 17조587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7조2417억원) 대비 2% 증가한 수준이다. 리볼빙 자산은 2022년 4분기 17조695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뒤 지난해 1분기 17조2559억원으로 대폭 줄었지만, 다시 매 분기 상승하고 있다. 리볼빙 자산은 리볼빙에 가입했으나 실제 리볼빙을 이용하지 않는 미이월 잔액까지 포함돼 있다.

회사별로는 삼성·KB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의 리볼빙 자산이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카드가 1조180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2% 증가했고, 현대카드(3조3773억원)는 2.9% 증가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도 지난해 6월 7조2697억원에서 같은 해 11월 7조5115억원으로 3.3% 증가했다.

리볼빙 자산이 증가한 이유는 카드값을 내지 못하는 서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사용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이월해 갚는 방식의 서비스다. 당장 채무 부담은 줄지만, 장기카드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 현재 리볼빙 금리는 최대 20%에 육박한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카드사 연체액은 2조647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961억원) 대비 약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1개월 미만 연체액은 2563억원에서 5961억원으로 약 132%, 6개월 이상 연체액은 1382억원에서 2633억원으로 90% 각각 증가했다.

그래픽=손민균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되면서 카드사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리볼빙 자산은 당장 카드사에 수수료 수익을 안겨주지만, 장기적으론 리스크 증가 요인으로 분류된다. 최고금리 수준의 이자를 내며 리볼빙을 이용하던 소비자가 더는 빚을 갚지 않게 될 경우 리볼빙 자산은 곧바로 부실채권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리볼빙 자산은 전체 자산 중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수익성 향상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카드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3분기 전체 카드자산은 132조7211억원인데, 이 중 리볼빙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3.2% 수준이다.

카드사들은 대손충당금을 매 분기 늘리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리볼빙 자산이 늘어난다는 건 결국 카드값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라며 “수익성 향상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차주(돈 빌린 사람)의 취약성만 높이는 꼴이라 회사의 리스크만 늘어나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