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3사. /뉴스1

금융 당국이 내년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 재산정을 위한 막바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인터넷은행 3사 중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케이뱅크·토스뱅크가 올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 당국은 기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그대로 유지할지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내년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말부터 인터넷은행 3사로부터 의견을 청취해 온 금융위는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목표 비중을 완화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인터넷은행에 주어진 중·저신용자 포용 금융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본다”며 “아직 협의를 진행 중이며, 연말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인터넷은행은 전체 신용대출 잔액 대비 신용등급 4등급, 신용평점 하위 50%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을 정해진 비율로 맞춰야 한다. 인터넷은행의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30%, 토스뱅크는 44%, 케이뱅크는 32%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9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비중이 28.7%이며, 케이뱅크 26.5%, 토스뱅크는 34.5%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 목표치 달성이 유력해 보이나, 토스뱅크는 3개월 만에 비중을 9.5%포인트 늘려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픽=손민균

인터넷은행은 건전성 관리 등을 이유로 대출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높아진 연체율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출범 이후 중·저신용자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는데 연체율도 그만큼 높아졌다”며 “내년에도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연체율은 지난 8월 2.79%다.

금융 당국은 대출 비중 목표치를 낮추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금융 당국이 할당한 목표치가 아니라, 각 사가 인터넷은행 인가 시 직접 정한 것이다”라며 “누가 등 떠민 것이 아닌데 금융 당국이 목표치를 낮추는 것이 난센스다”라고 했다.

다만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일부 수긍하고 있다. 또 인터넷은행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중·저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탓에, 고신용자가 오히려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게 되는 시장 왜곡 현상 등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내년 대출 비중 목표치를 늘리지 않고, 최소 30%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 당국은 이 밖에 인터넷은행이 건의한 방안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계산할 때 잔액 기준이 아닌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산정 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대출 비중을 계산할 경우 경기 여건 등을 반영해 탄력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주택담보대출도 포함하는 방안 등도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