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시중은행 현금인출기 모습. /뉴스1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은행권이 분담금 논의에 착수했다. 쟁점은 어떤 기준으로 분담금을 나눌지다. ‘이자 장사’로 벌어들인 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상생금융의 취지인 만큼 이자이익·순이익을 기준으로 분담금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직접적인 지원 대상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실적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분담금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은행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과 20개 은행은 지난 7일 ‘2차 은행권 민생 금융 지원 방안 태스크포스(TF)’를 열고 분담금 지급 기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기준으로 분담금을 정하면 좋을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이자이익,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하자’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에 비례해 나누자’ ‘여러 지표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산출식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은행들은 분담금 지급 기준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분담금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이자이익, 당기순이익, 개인사업자 대출잔액’ 기준에 따라 분담금 규모가 수백억원가량 차이가 난다”며 “은행연합회가 개별 은행의 의견을 종합해 형평성 있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은행별 포괄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이자이익의 경우 3분기 누적 기준 KB국민은행이 6조8921억원(24%)으로 가장 컸으며, 농협은행 5조7008억원(20%), 하나은행 5조5276억원(19%), 신한은행 5조4913억원(19%), 우리은행 5조451억원(18%) 순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44조원으로, 이중 65%(28조6587억원)가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인 점을 고려해 예상 분담금(횡제세법 기준 총 2조원)을 단순 계산해보면 국민은행 3120억원, 농협은행 2600억원, 하나·신한은행 2470억원, 우리은행 2340억원을 각각 부담해야 한다. 당기순이익은 국민은행 2조7910억원(25%), 하나은행 2조6098억원(23%), 신한은행 2조2457억원(20%), 우리은행 2조712억원(18%), 농협은행 1조6101억원(14%) 순이다.

그래픽=손민균

앞서 금융 당국은 국회에 발의된 ‘횡재세법’에 준하는 수준의 상생금융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상생금융 지원 규모와 관련해 “구체적인 금액은 안 나왔으나, 국회에서 논의되는 횡재세 규모에 대해선 지주회사들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횡재세법은 은행이 직전 5년 평균 이자이익의 120%를 초과하는 이자이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법이 통과되면 은행은 올해 최소 9833억원, 최대 1조9666억원을 내야 한다.

상생금융의 초점이 취약 차주(돈 빌린 사람) 보호에 맞춰져 있는 만큼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실적에 따라 분담금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지난 11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국민은행이 89조1429억원(28.0%)으로 가장 컸고, 신한은행이 65조9101억원(20.7%), 하나은행 59조3599억원(18.7%), 우리은행 51조826억원(16.3%), 농협은행 51조7881억원(16.3%) 순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이익 규모만으로 분담금을 나누기 보다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비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며 “순이익, 개인사업자 대출잔액 등의 기준을 합산해 새로운 산출식을 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1차 TF 회의에서 논의됐던 연 5% 이상 금리로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이자의 일부를 환급하는 방안은 최종 확정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출 1억원에 대해 연간 최대 150만원까지 이자를 돌려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 당국과 은행권은 취약 차주 이자 환급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기존 대출금리 인하 방안은 빚이 더 늘어나도록 유도할 위험이 있지만, 캐시백 형태의 환급 방식은 부채 증가가 동반되지 않을 뿐 아니라 취약 차주의 체감 효과가 커 상생금융 정책 취지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들로부터 자료를 받고 있고 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주에는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