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고금리·고물가로 지갑 사정이 여의찮은 서민을 위해 보험사가 상생금융안으로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3%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보험료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다. 반면 국민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은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둘 다 가입한 소비자는 실손보험료 부담이 증가돼 자동차보험료 인하 혜택을 크게 체감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상생금융안으로 자동차보험료를 3% 안팎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실 있는 상생금융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도 지난달 24일 “자동차보험이 서민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보험료 인하를 촉구했다.

자동차보험료가 일제히 2.5% 내려가면 보험료 절감액은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개별 고객이 느끼는 보험료 절감은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보험료를 3% 인하한다고 가정하면, 보험료 납부액이 100만원이라도 연 3만원, 월 2500원 저렴해지는 수준이다. 보험업계는 통상 1인당 평균 자동차보험료를 70만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이 경우 보험료 절감액은 연 2만1000원이다.

▲조선DB

반면 실손보험료는 손해율 급등으로 내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간 손해율이 높았던 1~2세대 실손보험이 안정화됐지만, 3~4세대 손해율이 대폭 상승하면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3세대 손해율은 2020년을 기점으로 100%를 넘긴 뒤 올해 3분기 154.9%로 급증했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로 1000원을 받으면 1549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한 셈이다. 4세대는 올해 처음 손해율 114.5%를 기록하면 적자로 전환했다. 다만 4세대는 요율조정 주기가 도래하지 않아 보험료가 동결된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수가 4000만명에 육박하는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실손보험료가 오르면 대다수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특히 실손보험료를 더 내게 되면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따른 경제적 부담 완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2020년 6~7%, 2021년 10~12%, 지난해 14.2%였다.

금융위원회가 2021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같은 해 6월 40세 남성 기준 3세대 평균 보험료는 연 16만원 수준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3세대 보험료가 14%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1년에 2만2387원을 더 내야 한다. 자동차보험료 인하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150%가 넘었기 때문에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