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체 등을 중심으로 ‘제4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는 출사표가 줄을 잇고 있다. 금융 당국이 20년 넘게 이어진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은행산업의 진입 문턱을 낮추겠다고 선언하자, 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하는 곳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경쟁 촉진을 위한 ‘메기’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나, 자본조달력·주주 적격성·사업계획 등을 엄격하게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큰 기대 속에 출범했으나 설립 취지인 ‘포용 금융’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선 회의론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금 신고·환급 도움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내년 초 금융위원회 예비인가 신청을 목표로 인터넷은행 설립 준비에 나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중심으로 만든 ‘소소뱅크’도 내년 2월 금융위에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에게 경영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제공하는 한국신용데이터(KCD)도 내년 인가를 목표로 인터넷은행을 준비 중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목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특화 은행’이다. ‘삼쩜삼뱅크(가칭)’는 시간제 근로자나 프리랜서 중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N잡러, 소상공인에 특화된 금융 상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나이스평가정보와 대안 신용평가모델 개발을 위한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소소뱅크 역시 소상공인 직능별 특색을 고려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KCD뱅크(가칭)’도 자사의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관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미는 곳이 늘어나는 것은 금융 당국이 은행 문호를 개방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 인가 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를 희망하는 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 여부를 결정해 왔으나, 지난 7월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인터넷은행 인가를 ‘상시 신청’ 방식으로 전환했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2792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토스뱅크는 출범 2년 만에 첫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 진입한 인터넷은행 3사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높은 수익을 내자,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금융 기관이 늘며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 도전자들이 속속 나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방침을 바꾸며 ‘인터넷은행 3사의 성과 및 안정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기존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금융 공급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만큼 신규 인터넷은행이 필요한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결국 시중은행화되고 있는 가운데 본인들이 내건 목표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지가 심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 예비 인가를 신청한 곳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