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뉴스1

부산 상공계가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저비용항공(LCC) 자회사 에어부산(298690) 분리 매각을 요구하면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고심에 빠졌다. 부산 상공계는 연내 에어부산 분리 매각 입장을 밝히라고 강 회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당분간 분리 매각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 상공계는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내년 총선 요구 사항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매각이 내년 부산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경우 산업은행도 분리 매각을 무조건 반대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과 부산 상공계에 따르면 부산 상공회의소(상의) 임원들은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한 강 회장과 면담하고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공식 요청했다. 부산 상의는 지역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에어부산을 인수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유럽연합(EU)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당장 분리 매각을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EU 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현재 에어부산의 최대주주는 41.89%의 지분을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이다. 이 밖에 동일(3.3%), 서원홀딩스(3.1%), 부산시(2.91%), 아이에스동서(2.7%), 부산은행(2.5%), 세운철강(1.0%), 부산롯데호텔(0.5%), 윈스틸(0.1%) 등 부산 지역 기업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부산 상공계는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건설사 동일을 내세워 에어부산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산 상공계는 인수 자금으로 2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수 자금이 부족할 경우 부산시민을 상대로 공모주를 발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부산 상공계는 에어부산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산업은행에 연내 입장을 밝히라는 최후통첩도 전달했다.

부산 상공계는 에어부산을 가덕도 신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지역 항공사로 운영할 계획이다. 에어부산 분리 매각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함께 내년 부산·경남(PK) 총선의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PK가 국민의힘 텃밭이라는 점에서 부산 상공계 요구에 강 회장은 큰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 EU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강 회장이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공식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EU 기업결합 심사는 내년 1월 마무리될 전망이지만, 상황에 따라 연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한 EU 기업결합 심사가 부결돼야 대안으로 에어부산 분리 매각 등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에어부산 항공기. /에어부산 제공

에어부산이 독자 운영될 경우 경쟁력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항공업계에서 나온다. 현재 국내 LCC는 제주항공(089590), 티웨이항공(091810), 진에어(272450), 에어서울,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8곳에 달한다. 한국보다 여객 수요가 많은 일본보다 1곳이 많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지나며 LCC들은 크게 휘청였다.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밟은 이스타항공은 올해 3월에서야 국내선 운항을 재개했다. 플라이강원도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며 매각을 진행했으나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영업을 중단했던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도 최근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항공업계에서는 LCC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일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에어부산 분리 매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하면 안 되지만, 강 회장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이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