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만기 도래 예정인 저축성 보험이 48만건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세제개편안 적용을 앞두고 ‘절판 마케팅’으로 팔았던 고금리 저축성 보험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중 만기가 되는 저축성 예금보험은 48만4723건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저축성 보험 신계약이 19만2053건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신계약 규모보다 더 많은 저축성 보험이 만기가 되어 다가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만기가 된 저축성 보험이 많아진 이유는 10년 전인 2013년 일시납 보험 비과세 한도가 2억원 이하로 낮아지는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절판 마케팅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들은 당시 은행 수신금리가 3.0~3.71%라는 점을 고려해 법 시행 전 5%가 넘는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대규모로 판매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성 보험 신계약 건수는 2012년 230만3823건, 2013년 168만9394건이다.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지난 14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2012년 6조원, 2013년 4조9000억원 규모의 저축성 보험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사들의 해지환급금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4.3% 수준에 육박한 상황이라 저축성 보험을 해지하고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계속돼 예측 이상으로 저축성 보험 해지가 이어질 수도 있다.
만기가 되는 저축성 보험 48만4723건이 모두 해지된다고 가정하면, 해지환급금은 2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9월 생명보험사들은 만기 해지된 저축성 보험 25만245건에 대해 10조7738억원을 지급했다. 해지 1건당 4305만원의 비용이 든 셈이다.
여기에 만기 전 해지되는 저축성 보험까지 고려하면 해지환급금 규모는 더 늘어난다. 생명보험사들은 올해 1~9월 만기 전 해지된 저축성 보험 82만1504건에 24조6861억원을 지급했다. 건수만 놓고 보면 만기 후 해지된 보험보다 약 4배 많은 수치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압박으로 자금 수요가 계속되자 손해를 감수하고 보험을 해지하는 ‘불황형 해지’가 이어진 결과다.
양정숙 의원은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만기 전 해지가 잇따르고, 만기가 도래하는 저축성 보험이 일시 해지될 경우 유동성 위기가 있을 수 있다”며 “삼성생명 등 보험업계가 올해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두더니 눈앞에 위기가 다가오는데도 대체상품 개발이나 대안을 마련할 생각이 없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험업계는 지난해와 올해만큼 환급금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만기환급금 지급 규모가 감소 추세에 있다”며 “환급금 규모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