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인 가격이 반등하고 있지만, 두나무와 빗썸의 비상장 주식 가격은 저조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빗썸 라이브센터. /뉴스1

최근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지만, 두나무와 빗썸 등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의 비상장 주식 가치는 반등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가상자산의 거래량이 과거 호황기 수준에 미치지 못해, 수수료에 의존하는 거래소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두나무 주식은 지난 2일 기준 7만9900원에 거래됐다. 지난 8월 말 거래 가격인 9만원과 비교해 2개월 만에 11% 넘게 떨어진 수치다. 두나무는 지난해 11월 초 16만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거래가 됐지만, 1년 만에 주식 가치가 50% 이상 하락했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회사다. 지난 2021년 11월 두나무 주식은 5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지만, 지난해부터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껏 줄곧 하락세가 이어져 왔다.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의 비상장 주식도 약세다. 지난 2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빗썸코리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하락한 8만400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초 6만원대에 거래됐던 빗썸코리아는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이용자 수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에 8만7000원까지 반등했지만, 최근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반면 가상자산 가격은 최근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달 초 업비트에서 3667만원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전날 오후 4시 기준 4655만원으로 한 달 만에 30% 넘게 상승했다.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오르자, 이더리움과 리플 등 다른 주요 코인의 가격도 최근 보름간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였다.

금융 시장 관계자들은 가상자산 가격의 상승이 국내 거래소 비상장 주식의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로 가상자산거래소의 단순한 수익 구조를 꼽는다.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가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 등 다양한 수익원을 갖추고 있는 반면 국내 거래소는 대부분의 수익을 거래 수수료로 얻는다. 이 때문에 코인 가격이 반등해도 거래량이 늘지 못하면 거래소의 실적도 개선되기 어렵다.

가상자산 정보분석업체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코인 현물 거래량은 전분기 대비 20.1% 감소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국내 거래소에서 주로 거래되는 가상자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김치코인’이라는 점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블록체인 컨설팅업체인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폴리곤 등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코인이 업비트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거래량이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업비트에서 주로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스팀달러, 모스코인, 히포크랏 등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김치코인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반등하고 투자가 늘어도, 김치코인의 거래 비중이 큰 국내 거래소에는 제대로 온기가 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인 가격 반등으로 최근 거래량 역시 점차 늘고 있어 4분기부터 국내 거래소의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인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달 말 코인 현물의 일일 거래량은 지난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대체불가토큰(NFT) 거래량도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점도 코인 시장에는 장기간 큰 호재가 될 것”이라며 “코인 가격의 강세가 지속될 경우 신규 투자자들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