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가 청년도약계좌 사업에 편성된 내년도 예산 약 5000억원을 감액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청년도약계좌 신규 가입자 수가 줄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2월 만기가 도래하는 청년희망적금에서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타는 가입자도 해지율 등을 고려하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3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예산정책처는 최근 ‘2024년도 예산안 분석’을 통해 “청년도약계좌에 편성된 예산 규모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정부가 지난 6월 사회 초년생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내놓은 정책금융상품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의 출시 및 운영을 위해 편성된 예산은 총 4999억9400만원이다. 이는 올해 대비 1321억9300만원(35.9%)이 늘어난 규모다. 이중 기여금에 편성된 예산은 4890억4300만원이다. 정부는 19~34세 청년이 5년간 꾸준히 청년도약계좌에 적금을 부으면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을 만기에 주는데, 기여금은 여기에 쓰이는 돈이다. 이 밖에 인프라 구축에 104억4700만원, 홍보 및 정책연구에 5억400만원을 편성했다.
예산정책처는 금융위원회가 예산 산정 근거로 든 수요 예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매월 15만명이 청년도약계좌에 신규 가입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줄고 있다며 “금융위 예측이 과도하다”고 했다.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는 지난 7월 25만3000명에서 8월 12만5000명, 9월 4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또 청년희망적금 가입자의 78%인 145만명이 청년도약계좌에 재가입할 것이라는 추정도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청년희망적금 해지율이 분기 평균 5%대를 기록 중인 점을 감안하면 가입자의 65%만 만기까지 적금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예산정책처의 주장이다. 청년희망적금 해지율은 2022년 1분기 0.8%에서 2분기 5%, 3분기 5% 4분기 5.9%로 올랐다. 올해도 추이는 비슷하다. 1분기 해지율은 5.3%, 2분기 4.9%였다.
정부는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를 연계하는 방안 추진 중이다. 내년 3월 청년희망적금 만기환급금을 타서 이 가운데 1260만원을 청년도약계좌에 일시 납입한 청년은 매달 70만원씩 18개월을 낸 것으로 간주해 19개월 차부터 70만원을 내는 식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2년간 청년희망적금을 유지하였던 이용자의 10명 중 8명이 다시 가입기간 5년의 저축상품에 가입할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청년도약계좌와 청년희망적금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는 것은 청년들의 생활 여건이 그만큼 팍팍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매달 여윳돈을 마련해 적금을 유지할 여력이 없거나, 급전이 필요해 적금을 중단한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생애주기를 감안해 정책금융상품을 좀 더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독립, 혼인, 출산 등에 따른 지출로 인해 중도 해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특별해지요건에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는 장기 치료가 필요하거나 해외로 이주하는 등 예외 사유가 있는 경우이거나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에만 특별해지가 가능하다.
☞청년도약계좌 및 청년희망적금
청년도약계좌는 19~34세 청년이 월 70만원 내에서 5년간 꾸준히 적금을 부으면 정부 지원금과 이자 비과세 혜택을 합쳐 만기 때 최대 5000만원 안팎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책금융상품이다. 연 소득 7500만원 이하, 가구 중위소득의 180% 이하인 청년만 가입할 수 있다.
청년희망적금의 가입 연령은 청년도약계좌와 같으나 연 소득이 3600만원 이하만 가입 가능하다. 월 5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가입 기간은 2년이다. 내년 2월 만기로 1인당 최대 1300만원 안팎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