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사옥 전경./사진제공=미래에셋생명

연말을 앞두고 임기 만료가 예정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미래에셋생명이 CEO 인사를 단행했고,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교보생명 등 다른 대형 보험사도 올해 말부터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 전까지 대표이사의 연임 또는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25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3일 변재상 대표이사 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김재식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재상 대표가 영업을, 김재식 대표가 관리를 총괄하는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돼 왔다. 지난 2019년부터 4년간 미래에셋생명을 이끌었던 변 대표가 퇴진하면서, 부회장으로 올라선 김 대표에게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생명이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할지, 김 대표의 단독 체제로 바뀔지도 관심사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현재 사장단 후속 인사가 그룹의 최종 재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이라고 했다.

이번 미래에셋생명의 대표이사 교체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인사였다는 평가가 많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최근 몇 년간 그룹을 젊은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히면서, 나이가 60대에 접어드는 경영진들은 교체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변재상 대표는 1963년생으로 올해 60세가 됐고, 김재식 대표는 1967년생으로 50대 중반의 나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의 사장 인사가 조만간 CEO 연임·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다른 보험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거취에 가장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는 인물은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다. 홍 대표는 삼성생명에 입사해 인사팀장과 부사장 등을 거친 후 2020년 12월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긴 정통 ‘보험맨’이다. 그는 지난 2021년 12월 삼성화재 CEO로 선임됐고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홍 대표는 삼성화재에서 탁월한 경영 성과를 달성했다. 삼성화재의 연간 순이익은 2020년 7660억원에서 홍 대표가 선임된 후인 지난해에는 1조1410억원으로 2년 만에 49%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치에 해당하는 1조21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화재 주가도 24일 25만1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올해 들어 20%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홍 대표 거취의 변수는 그룹의 세대교체 의지다. 지난해 말 단행된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후 2개월밖에 되지 않아 금융 계열사 경영진이 모두 유임됐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과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등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올해는 이 회장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일부 계열사들의 CEO 교체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홍 대표의 경우 1964년생으로 임기 만료 시점에는 60대에 접어든다. 실적으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했지만, 그룹이 50대를 중심으로 계열사 경영진을 재편할 경우 교체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의 경우 업계 일각에서 교체 가능성에 더 무게가 쏠린다는 의견이 많다. 내년 1월 양종희 신임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을 앞두고 계열사 대표들을 대부분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 역시 취임 후 KB손보의 실적을 눈에 띄게 개선시키는 성과를 냈다. KB손보는 올해 상반기에 그룹 계열사 중 KB국민은행 다음으로 많은 규모인 52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KB손보를 포함한 비은행 계열사들의 호실적에 KB금융지주는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2조996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1위 지주사로 올라섰다.

김 대표는 지난 2021년 취임 후 2년간 KB손보를 이끈 데 이어, 지난해 1년 더 임기를 보장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 역시 1963년생으로 60대에 접어들어 양 회장 체제가 들어선 후 한층 젊은 CEO에게 자리를 내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 역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신창재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 체제로 교보생명을 경영해 왔다. 편 대표는 지난 1988년 교보생명에 입사한 후 전략기획팀장과 채널 담당 부사장 등을 지내며 주로 기획과 영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편 대표의 연임 가능성도 거론된다. 3인 대표 중 한 사람이었던 윤열현 전 대표가 지난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2인 경영 체제가 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신 회장이 임기를 추가로 보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보생명은 실적 외에도 지주사 전환과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와의 분쟁 등 산적한 과제가 많아, 오랜 기간 일하며 회사 사정에 정통한 편 대표가 리더십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새로운 회계 기준 도입과 경기 침체 등 여러 불확실성으로 인해 내년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룹 경영진이 세대교체를 통해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경우 생각보다 많은 보험사의 대표이사 자리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