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금융취약 청년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유스’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햇살론유스를 신청한 청년층 5명 중 1명꼴로 대출이 부결됐다. 늘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연체까지 하면서 햇살론유스를 통해 생계비를 마련하는 것조차 어렵게 된 것이다.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하지 못하는 청년층은 불법사금융까지 손댈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햇살론유스 신청·부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햇살론유스 신청 9만7923건 중 부결된 건은 2만751건으로 집계됐다.

부결 건수는 지난해 말 대비 21.1% 증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햇살론유스 신청 건수는 11만3217건으로, 이 중 부결 건수는 1만7130건였다.

햇살론유스 부결 비율은 올해 9월 말 기준 21.19%다. 이는 햇살론유스를 신청한 청년 5명 중 1명이 이 상품을 이용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 비율은 2020년 18.4%에서 2021년 11.9%로 내려간 뒤 지난해 15.1%를 기록하며 다시 상승하고 있다.

햇살론유스는 대학생·청년층이 학업, 취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정책금융상품이다. 만 34세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취업준비생 또는 사회초년생(중소기업 1년 이하 재직자)이라면 최대 1200만원 한도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금리는 연 3.5%이며, 대출 기간은 최대 15년이다.

금융 당국은 올해 햇살론유스 한도를 기존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워진 경제 여건 속 청년층의 사회 진출과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다.

일러스트=정다운

햇살론유스의 공급 규모 확대에도 부결을 받는 청년이 늘어나는 것은 최근 청년층의 과도한 부채와 연체율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책금융상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지원 대상에 미해당하거나 채무불이행, 기보증실행 건 존재, 일반생계자금 연간보증제공 한도 초과 등의 사유가 있으면 보증이 불가능하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햇살론유스 신청이 들어오면 관련 자료와 신용평가모형(CSS)까지 보증 심사에 들어가게 되고 연체 등의 정보에 따라 부결이 결정된다”라며 “부결 건수의 증가는 과거에 비해 햇살론유스 신청 건수가 전체적으로 늘어났고, 코로나19 이후에 청년층의 개인 신용이나 소득 상태가 악화되며 부채가 늘어나고, 연체율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부채는 다른 연령에 비해 빠르게 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시장 불안과 고금리, 고물가로 생활고를 겪으며 빚으로 연명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또, 코로나19 시기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해 무리한 투자나 주택 구입을 한 경우도 있어 청년층의 빚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청년층의 순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2017년 31.6%에서 지난해 39.0%로 크게 높아졌다. 청년층의 경우 취약차주(돈 빌리는 사람) 비중이 7.2%로 다른 연령층(6.0%)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특히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 취약차주로 전락할 수 있는 잠재 취약차주 비중은 17.8%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올해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 원금을 감면받은 20대는 465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 급증했다.

햇살론유스마저 이용하지 못하는 청년층은 부채의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저리(低利)로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청년층은 높은 금리의 대출을 실행하거나, 급전 마련을 위해 불법사금융에 손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취약계층인 청년층이 접근할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에서 부결이 늘었다는 것은 청년층의 부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의미다”라면서도 “정책금융상품에서 생계자금을 빌릴 수 없는 청년층은 제도권 금융에서 최후의 보루가 사라지는 것이므로 정부가 부결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