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연지동 서울보증보험 본사 / 사진 = 서울보증보험

SGI서울보증보험의 기업공개(IPO)가 철회됐지만, 금융 당국은 상장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를 지속하기로 했다. 서울보증보험의 IPO 철회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수요예측 부진이 회사 자체의 문제가 아닌 국제 정세에 따른 일시적인 투자 심리 악화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상장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 방식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당국은 투자 심리 회복 시점에 따라 상장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다하는 내년 2월 안으로 서울보증보험의 상장을 재추진하거나, 새로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처음부터 상장 작업을 진행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23일 금융 당국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이날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서울보증보험의 IPO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보증보험은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공동 대표 주관회사의 동의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공시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13~19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결국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취소됐다. 참여 기관 대부분이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에 주문을 넣으면서 현시점의 IPO가 서울보증보험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공자위의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보증보험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3만9500원에서 5만1800원이었다.

예금보험공사 사옥 전경./예금보험공사 제공

서울보증보험의 IPO가 무산되며 상장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던 정부의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예보는 1998년 외환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린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을 합병한 서울보증보험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보증보험에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예보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지 22년 만에 상장을 추진하며 지분 10%(698만2160주)를 매각해 3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을 회수하려고 계획했다.

금융 당국은 서울보증보험의 IPO를 철회했지만, 상장 시점만 조율해 IPO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한 (공적자금 회수) 계획에 큰 변동은 없다”라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게 큰 만큼 (공자위에서도) 시장 여건이 호전되는 상황을 보고 추후에 IPO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자고 얘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상장 재추진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IPO 재추진 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보 관계자는 “바로 상장을 재추진할지, 시간을 좀 뒀다가 IPO를 할지 다양한 옵션이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당국에서 고려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현재 서울보증보험이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끝나기 전에 상장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서울보증보험이 거래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효력은 내년 2월까지 발생한다. 현 증권신고서로 상장을 재추진한다면 서울보증보험은 곧바로 상장 작업에 재착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국제 정세의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상장 작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방안은 현재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끝나고 다시 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처음부터 상장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국제 정세와 고금리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새롭게 IPO의 기회를 엿보는 편이 공적자금 회수 효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의 IPO가 구주매출 방식이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공적자금 회수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주매출 방식의 IPO는 상장사에 직접적으로 자금이 투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에게 돈이 들어가 투자자 확보가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예보 관계자는 또 다른 공적자금 회수 방안에 대해 “필요하다면 공자위에서 IPO 방식 외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