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에 처했던 새마을금고가 고금리 특별판매(특판) 예·적금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상품에 가입하려면 창구를 직접 찾아야 하는 점을 비롯한 걸림돌이 있지만, 한도가 하루 만에 소진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원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이 내놓은 연 9% 금리의 특판 상품이 하루 만에 한도 소진됐다. 이 금고는 지난 16일부터 ‘구구(99) 적금’이라는 이름의 연 9% 금리 특판 상품을 판매했다. 가입금액은 월 최저 50만원부터 최대 100만원까지로 가입 기간은 9개월이다.
이 상품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한 비대면 가입이 불가능하다. 직접 지점을 찾아 창구에서 가입해야 하는 것이다. 자격 요건도 꿈드림새마을금고 입출금통장을 개설하고, 자동이체를 연결한 뒤 체크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점 문을 열기 전부터 수십 명의 고객이 이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대기했다고 한다. 이 지점 관계자는 “오전 9시 문을 열자마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객이 특판에 가입하기 위해 몰려왔다”면서 “이렇게 많이 올지 몰랐는데, 예상했던 한도가 다 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지점뿐 아니라 새마을금고의 다른 지점도 잇달아 고금리 특판을 출시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지점은 연 10.5% 금리를 제공하는 12개월 만기 정기적금을 판매 중이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서로 다른 새마을금고 지점은 각각 최고금리가 연 12.0%와 8.0%인 상품을 판매했다.
새마을금고가 다시 고금리 특판을 내놓는 배경엔 만기가 돌아오는 100조원 규모의 예·적금이 있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발(發)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금융사들은 수신 금리를 올려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9~11월 불어난 금융사 정기예금은 116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당시 예치했던 자금의 1년 만기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이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다시 벌어진 것이다.
아울러 이는 지난 7월 뱅크런 사태 당시 빠져나갔던 고객을 재유치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7월 말 예금 잔액은 6월 말 대비 17조6065억원 감소했다. 당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위기론이 퍼지면서 불안해진 고객이 잇달아 돈을 뺐고, 연초 수신 잔액이 상호금융사 중 유일하게 줄었다.
일각에선 최근 새마을금고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새마을금고는 최근 2개월 동안 4조원 수준의 예·적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8월과 9월 새마을금고 수신 잔액은 각각 전달보다 2조원가량 늘었다. 이는 지난 7월 뱅크런 사태 때 이탈한 예금 약 18조원 중 22%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금융 당국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마냥 마음을 놓을 순 없는 입장이다. 고금리 특판은 수익성을 악화하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최근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말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전달보다 소폭 오른 5%대 중반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말 새마을금고의 전체 연체율은 5.31%, 기업 대출 연체율은 8.16%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금고 수익성이 악화될 만큼의 금리 경쟁은 못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