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장이 근무 시간 도중 정치 활동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감사에서 이러한 정황이 드러나 지점장에 대한 징계 요구가 있었으나 인사권을 쥔 지역 금고 본점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해당 지점장을 내부통제 책임자 자리에 앉혔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역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에 나섰다. 중앙회 측은 근무지 무단이탈은 아니라면서도 정식 감사 없이 의혹에 연루된 이들만 조사한 상황이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인천의 한 새마을금고 전(前) 지점장 A씨의 근무이탈에 대한 조사를 최근 진행했다. A씨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평통) 인천서구협의회 간사로 활동하며 금고 재직 중 근무 시간에 민평통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평통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통일정책 수립·추진에 대해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A씨가 근무 시간에 민평통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새마을금고 복무규정은 직원의 근무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로 규정하며 근무 시간 중 정당한 사유나 상급자 승인 없이 직장을 이탈하지 못하게끔 명시한다. A씨는 지난해 7월 25일부터 올해 3월 9일까지 9차례에 걸쳐 평일 근무 시간에 민평통 행사에 참여하는 등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지역 금고 본점의 감사부서는 A씨의 이러한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 8월 22일부터 8월 25일까지 감사에 돌입했다. A씨는 외부 활동 때마다 상급자인 지역 금고 본점 이사장의 승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더불어 민평통 활동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을 위한 활동이었다고 소명했다. 그러나 감사부서는 A씨의 정치활동이 복무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ESG 운영위원회가 생기기 전부터 A씨는 근무 시간에 민평통 활동을 했고 ESG 관련 업무 역시 담당자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유로 감사부서는 지역 본점 이사장에게 징계를 요청했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부서는 “(A씨가) 업무와 무관하게 무단으로 직장을 이탈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명시했다. 이어 “지역 금고의 ESG 운영위는 올해 2월 27일에 구성돼 구체적인 운영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 내에 한 해당 활동은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며 징계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나 직원에 대한 징계 의결권을 가진 이사장은 A씨에 대해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감사 결과가 나오고 9월 7일, A씨의 징계를 논의하는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사장은 이사회 개최 전날(9월 6일), 법률 자문을 거쳐 이사회를 취소하고 징계를 못 내리게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달 20일, A씨 사건에 대해 조치가 필요하다는 민원을 접수해 조사에 나섰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13일, 해당 지점에 현장 조사를 나왔고 현재 무단이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중앙회 관계자는 “조사 결과, 이사장 사전 승인 아래 활동해 근무지 무단이탈이 아니라고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중앙회가 정식 감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 중앙회 관계자는 “민원조사라 강제 수사권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당사자와 금고를 통해 무단이탈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현재 A씨는 지난 5일부터 해당 지역 금고 본점의 내부통제 책임자로 발령받았다.
한편 금고 내에선 이사장이 A씨를 감싸는 이유에 대해 둘 사이 친분이 두텁기 때문이란 의혹이 나온다. A씨는 지난 2021년 3월 18일, 경력직으로 채용돼 지점장이 됐다. 당시 채용 과정 중 이사회에서 이사장은 “이런 사람(A씨)이 채용돼야 한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이사회 의결 없이 이사장 직권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내부 규정을 어기는 등 채용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새마을금고중앙회는 A씨의 채용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 2021년 4월 21일, 해당 지역 금고 본점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