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은행 외벽에 걸린 주택청약저축 안내문. /뉴스1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중은행 일반 예·적금 상품보다 주택청약종합저축, 이른바 청약통장 금리 반영 속도가 더디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자율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청약저축 이자율을 기준금리에 연동해 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 기본금리는 최고 2.80%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에 따라 ▲1개월~1년 미만 연 2.00% ▲1년 이상~2년 미만 연 2.50% ▲2년 이상 연 2.80%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4%대를 넘어섰다. 16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 정기예금(12개월) 최고금리는 연 4.00~4.05%로 나타났다. 실제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모두 4%대를 넘어섰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우리은행 ‘원(WON)플러스예금’,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4.05% ▲KB국민은행 ‘KB스타 정기예금’,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이 연 4.00%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리면서 은행권 정기 예·적금 금리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나 청약통장 기본금리는 아직도 2%대에 머무는 것이다.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도 시중 금리에 따라 이자율이 움직이는 변동금리 상품이지만 실제 이자율 상승은 미미하다.

지난 2009년 주택청약종합저축 기본금리는 연 4.5%였다. 2012년 11월까지도 연 4%대였던 청약통장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더니 지난해에는 연 1%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청약통장 해지자가 증가하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청약통장 금리를 연 1.8%에서 연 2.1%로 올리고 지난 8월 연 2.8%로 한 차례 더 인상했다.

서울에 위치한 한 은행에 4.5% 예금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물론 청약통장과 일반 예·적금을 같은 선상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청약통장 가입 주요 이유는 아파트 청약을 위한 자격조건이기 때문이다. 청약통장은 공공 및 민영주택 청약을 위해 필요한데, 가입 기간이 길고 넣은 금액이 많을수록 당첨 우위를 얻게 된다. 또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근로자에 한해 연간 불입 금액 240만원 범위 내에서 40%(한도 96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된다. 그럼에도 최근 시중은행의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가 연 4%대로 오른 것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 반영 여부에 따라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해부터 감소하고 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해 6월 2703만1911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 9월 말까지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80만2550명으로 8월 말 2581만5885명에 비해 1만3335명 감소했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 9월까지 줄어든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122만9361명에 달한다.

은행권에서는 청약통장 금리는 은행이 아닌 국토교통부에서 결정되는 구조라 은행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청약통장 가입은 은행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금리나 정책 등 청약통장 관리는 국토부의 영역이다”라며 “국토부가 청약통장 금리 산정 및 적용 시점 등을 결정해 은행에 전달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청약통장 이자율을 기준금리에 연동해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청약통장 관련 분야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주택기금운용심의회의 심의·의결해 행정예고와 관계부처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청약통장 금리를 결정한다. 시장금리가 연동되지 않는 만큼 이자율 현실성이 부족한 것이다. 이 때문에 청약통장 이자율을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시중은행 평균 예금금리를 고려하여 산정해 청약통장에 가입한 고객이 고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