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이색통장. /각 사 제공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 아이돌 응원통장이나 모임통장 등 이색통장을 출시하며 조달비용이 적은 저원가성 예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재미와 간편함을 내세워 저원가성 예금을 끌어모으며 성장했다.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는 각각 덕질통장과 모임통장을 출시하며 예금확보에 나섰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 12일 아이돌을 응원하며 저금할 수 있는 ‘같이 덕질하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응원하는 아이돌 또는 스포츠선수 등 연예인이 특정 행동을 할 경우 일정 금액을 저축하는 통장이다. 고객은 토스뱅크 모으기 통장에서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저금하며 저금 내역을 공유할 수 있다. 금리는 연 2%다. 모으기 통장 공간에 올린 사진과 저금하면서 작성한 내용은 아이돌별 응원 공간에 실시간 공유돼 팬들과 확인할 수 있다.

케이뱅크 역시 지난 8월 모임통장을 출시했다. 케이뱅크 모임통장은 300만원까지 연 2.3% 금리를 주고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연 0.10% 금리가 적용된다. 모임통장은 모임비 플러스 기능을 제공하는데 모임 구성원들과 목표 금액을 모으면 최고 연 10% 금리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기본금리 연 2.00%에 전체 목표 금액에 성공하면 연 3.00%를 추가로 주고 성공한 인원이 한 명 추가될 때마다 0.50%의 우대금리가 더해진다. 최대 참여 가능 인원은 10명이며 목표 금액은 1000만원까지 설정할 수 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러한 상품을 출시하는 데는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저원가성 예금에는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이 포함된다. 예금의 금리는 연 0.1% 내외 수준으로 사실상 이자가 없다. 반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4% 중반 수준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기업 대출을 위한 자금을 채우기 위해 정기예금, 은행채 등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자가 적은 저원가성 예금이 늘어날수록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 확대돼 수익성이 개선된다.

일러스트=손민균

실제 카카오뱅크의 경우 저원가성 예금을 끌어모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2분기 카카오뱅크의 저원가성 예금은 25조원대로 전체 수신 잔액(43조6000억원)의 57.4%를 차지했다. 이는 은행권 전체 평균(39.4%)보다 18%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카카오뱅크가 올해 들어 역대 최대 순이익을 낸 것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성장과 함께 금리 상승기 저원가성 예금 비중을 높게 유지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이색통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 잡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임통장을 선보였다.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은 기본 연 0.10% 금리에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와 연결하면 연 2.10%까지 받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가입자는 920만명, 계좌 수는 463만좌다.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잔액은 5조9000억원으로 전체 수신잔액(43조6000억원)의 13.6%를 차지한다. 아이돌 덕질 통장인 기록통장 ‘최애적금’은 출시 하루 만에 가입자수가 약 7만명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시하는 이색통장은 고객 확보에도 효과적이다. 아이돌 응원통장은 젊은 층에 친숙한 아이돌 문화를 수신상품에 접목해 미래 고객층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확보할 수 있다. 모임통장의 경우 하나의 통장을 개설하면 여러 명이 함께 쓰기 때문에 한 번에 다수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여러 명이 함께 쓰기 때문에 한 번 만들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이색통장은 고객에게는 재미를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은행은 저원가성 예금을 늘려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특히 젊은 층일수록 저축으로 돈을 모아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 단기간이라도 재미있게 저축하는 특성에 중점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 중심으로 다양한 이색통장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