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금융위원회에서 퇴직한 공직자 대부분이 금융계에 재취업해 ‘금피아(금융관료+마피아)’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공직자 재취업 심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통과한 금융위 출신 4급 이상 퇴직자 24명 중 18명(75%)이 삼성생명·삼성화재·한화생명·메리츠화재·IBK투자증권·KB캐피탈 등 금융사와 금융결제원·신용정보원 등 금융 공공기관,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및 유관 연구기관에 재취업했다.
또 법무법인 태평양, 화우 등 대형 로펌에 2명, 알루코(알루미늄 생산), 나라셀라(주류 수입 도소매), 티케이케미칼(화학 소재 생산), 서울디지털대학교 등 비금융업계에 4명이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16명(67%)이 퇴직 후 6개월 안에 바로 취업해 사실상 ‘금피아 모셔가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금융사나 금융 공공기관 등은 금융 분야에서의 오랜 경험과 전문성 등을 이유로 금융위 출신을 선임하고 있으나, 실상은 뿌리 깊은 ‘낙하산’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와 금융기관은 당국 출신을 들여 ‘바람막이’나 ‘민원창구’로 활용할 수 있고, 퇴직 공무원들은 고액 연봉을 받는 자리로 갈 수 있게 돼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는 국무위원·국회의원·4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 등을 취업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경우에 한해 유관업계 재취업이 가능하다. 기관 간 유착·영향력 행사·자리 알선 등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공직자윤리위는 심사를 통해 업무 관련성이 없는 곳은 ‘가능’ 또는 ‘제한’, 업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 ‘승인’ 또는 ‘불승인’하는데, 사실상 대부분은 가능/승인 통보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가 지난 7년간 금융 당국 퇴직자 취업 심사에서 재취업을 허용한 비율은 90% 이상이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이 10명 중 1명에 불과한 셈이다.
이 때문에 심사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직자윤리위의 심사 절차라는 게 규정에 따라 결격 사유를 걸러내는 수준이다”라며 “재취업 심사 제도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관(前官)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회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금피아에 대한 견제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