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DGB금융지주 제공

금융감독 당국의 제동으로 김태오 DGB금융지주(139130) 회장의 연임이 불투명해지면서 차기 회장 후보군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이미 용퇴를 결정하고 이를 발표할 시점을 저울질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 금융권에서는 대구·경북 출신의 능력있는 인사가 차기 DGB금융 회장에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지난달 25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을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DGB금융은 조만간 내·외부 후보군을 대상으로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한다. 최종 후보자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결정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현재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연임할 수 없는 상황이다. DGB금융 내부 규범은 만 67세 이상 후보자를 회장으로 선출하거나 재선임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54년 11월 생으로 현재 만 68세다.

다만 이 조항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수정할 수 있다. 올해 초 김 회장의 연임 도전에 무게가 실리면서 내부 규범을 개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모두 만 70세 나이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DGB금융도 이 수준에서 모범규준을 개정할 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병우 DGB대구은행장. /DGB금융지주 제공

그러나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부 규범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확실히 하면서 김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DGB금융에서 나이 제한을 다른 금융사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지만 이미 회추위가 열린 상황에서 현재 회장의 연임을 가능하도록 바꾼다는 것은 축구 시작하고 중간에 룰을 바꾸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김 회장이 이미 용퇴를 결심했지만, 발표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한달 전인 지난 8월이 돼서야 용퇴를 공식화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 임기가 아직 5개월여 남은 시점이라 벌써 용퇴 의사를 밝히면 내부적으로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이 김 회장 연임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면서 DGB금융 내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차기 회장 후보군에 쏠리고 있다. 내부 출신으로는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김 회장이 2020년 연임했을 때에도 임성훈 당시 대구은행장이 최종 후보에 포함됐다. 다만 황 행장은 올해 1월 행장으로 취임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조선DB

외부에선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 전 원장은 대구 출생으로 DGB금융 이사회 의장도 맡은 바 있다. 권 전 원장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지역 금융권에서는 힘 있는 관료 출신이 DGB금융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한다. 2020년 DGB금융 회장 최종 후보에 올랐던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도 외부 후보 중 한명이다. 유 전 대표는 대구고와 계명대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