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한국주택금융공사(HF)·주택도시보증공사(HUG)·SGI서울보증보험 등 보증기관들이 122조원 규모의 전세대출 온라인 갈아타기 논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달리 여러 보증기관이 각기 다른 조건으로 보증을 하는 구조여서 은행 간 논의만으로는 대출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은행뿐만 아니라 보증기관까지 논의 대상을 확대해 전세대출 대환의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온라인에서 전세대출을 갈아타는 것은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 등 금융사와 전세대출을 대환 플랫폼에 넣는 방안에 대해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온라인 대환 플랫폼에 넣자는 당국의 요청에 따라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5월 말 온라인에서 금리가 낮은 다른 금융사의 대출 상품으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는 ‘온라인 대환 대출 플랫폼’을 선보였다. 금융회사 간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이 사업은 시작한 지 두 달여 만에 1조원의 대출이 이동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금융위는 온라인 대환 대출 대상 상품을 신용대출에서 주담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아파트 등 주담대 외에도 전세대출도 이동이 가능하도록 내부적인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은행권도 당국의 요청에 전세대출을 온라인 대환 플랫폼에 탑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전세대출 대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온라인으로 대출을 갈아타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그래픽=손민균

하지만 금융 당국과 은행권은 세부적인 전세대출 이동 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세대출은 은행의 자체 상품이 아닌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부 대출이기 때문이다. HF와 HUG, SGI는 각각 다른 조건으로 전세대출을 보증하고 있어 대환을 한다고 할 때 갈아타기가 어려운 구조다.

공적기관의 전세대출은 보증비율부터 전세대출 가능 보증금 등 이용 조건이 다르다. 보증비율의 경우 HF는 90%, HUG와 서울보증은 각각 100%다. 이는 1억원의 전세대출을 실행한 사람이 대출을 갚지 못할 때 HF는 90%를 대신 갚아주고, 다른 두 곳의 보증기관은 전액을 갚아준다는 의미다. 보증비율뿐만 아니라 전세대출이 가능한 보증금 상한도 다르다. HF와 HUG는 보증금이 수도권 7억원, 수도권 외 지역 5억원 이하인 경우에 전세대출을 보증한다. 그러나 서울보증의 경우 전세금 7억원을 초과해도 보증이 가능하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보증기관 3곳이 끼어 있다 보니 이들 기관에서 프로세스를 바꾸지 않고는 사실상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만으로 전세대출의 대환 방안을 마련하는 게 어려워지자 보증기관을 논의에 참여시키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서도 전세대출 이동을 위해선 보증기관의 프로세스 변화 없이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는 “전세는 보증기관이 있기 때문에 보증기관이 같이 참여해 프로세스를 변경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당국에서도 보증기관들과 같이 논의해 프로세스 정비가 필요하면 하겠다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전세대출 온라인 이동제는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연내 전세대출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시내의 은행 앞./뉴스1

122조원 규모의 전세대출 온라인 이동이 가능해지면 은행권의 금리 인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온라인 대환 플랫폼을 통해 차주(돈 빌리는 사람) 1인당 평균적으로 1% 이상의 금리 인하 효과가 있었다. 전세대출 역시 비슷한 수준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전세대출의 경우 만기가 2년으로 짧아 대출을 갈아타려는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이 곧바로 시세를 판단할 수 있는 담보가 아파트인 만큼 당국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먼저 온라인 갈아타기를 시작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 “공식적인 시세가 나오는 아파트부터 주담대 대환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