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적자 원인을 두고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병원의 비급여 과잉 진료가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였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적자가 나도록 잘못 설계하고 책임을 의사에게 떠넘기는 것이라 맞서는 상황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료 수익에서 발생손해액과 실제 사업비를 뺀 실손보험 손익은 지난해 1조5300억원으로 적자다. 실손보험 손익은 2018년 1조1965억원 적자가 난 뒤부터 2021년까지 매년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 중이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환자)가 직접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의료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보험금(급여)과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비급여)으로 구성되는데, 실손보험은 이 중 비급여의 일부를 보상한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적자의 원인 중 하나로 병원의 비급여 과잉 진료를 꼽고 있다. 의사가 비급여 진료비를 필요 이상으로 높게 책정하고, 이러한 시술을 받은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다 보니 적자가 불어났다는 설명이다. 비급여 진료비는 요양기관(병·의원)이 임의대로 정할 수 있어 병원마다 제각각이다.

그래픽=손민균

대표적 비급여로 전립선 비대증을 겪을 경우 이를 실로 묶어 증상을 개선하는 시술인 ‘전립선결찰술(유로리프트)’ 가격도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병원은 비급여 진료비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공개해야 하는데, 서울 내 의원급 유로리프트 평균 진료비는 336만원으로 전남(97만원), 울산(120만원)보다 비쌌다. 충남은 762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쌌다.

더구나 일부 병원은 공개한 것보다 더 비싸게 진료비를 받고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비뇨기과의원에 직접 문의해 보니 유로리프트 가격은 550만~750만원이었다. 치료 재료인 결찰사(실)를 몇 개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한 유로리프트 치료비는 150만원, 결찰사 가격은 95만원이었다. 결찰사를 2개 사용한다고 해도 공개된 진료비보다 약 200만원 비싼 셈이다.

서울 강남의 한 비뇨기과 의원도 유로리프트 치료비와 재료비가 각각 100만원과 300만원이라고 공개했으나, 직접 문의한 결과 실 2개를 사용할 경우 가격은 940만원이었다. 공개된 진료비보다 240만원 비싼 것이다. 이 의원은 가격 차이에 대해 “시술 자체가 비급여다”라며 “보험이 적용되는 일반 수술이라면 전산에 입력된 금액 그대로 받지만, 비급여 시술은 병원에서 책정한 것이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누수 이유 두 가지는 보험사기와 비급여 과잉 진료다”라며 “비급여 과잉 진료를 제어해야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 구조다”라고 했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의사들은 비급여 부분으로 돈을 번다”라며 “똑같은 치료라도 병원마다 가격은 모두 다른데, 원가가 얼마인지 모르는 상황이라 진료비 폭리를 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의료계는 병원마다 비급여 진료비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물건이라도 브랜드나 디자인에 따라 가격이 다르듯, 의사 각자가 만든 의료 서비스인 비급여 진료비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영양제 주사도 의사가 공부하고 연구해서 레시피를 각자 다르게 만들 수 있다”라며 “수술·시술도 의사 숙련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비급여 진료는 필수의료가 아니다”라고 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적자의 원인은 보험사의 설계 실패라고 보고 있다. 김 대변인은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국민에게 열심히 사용하라고 마케팅을 하고는 막상 돈을 감당할 때가 되니까 뒤늦게 후회를 하는 것 아니냐”며 “실손보험이 1세대에서 4세대로 갈수록 혜택을 줄였는데 적자가 날 수밖에 없게 보험을 만든 게 문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