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좀비기업’이라고 불리는 한계기업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신보)의 보증 규모가 2년 만에 60%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기간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한계기업에 대한 보증이 늘어나면 신보의 부실 위험이 커질 뿐 아니라 성장기업에 대한 보증 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보는 한계기업에 대한 보증을 점진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국회 등에 따르면 신보는 지난해 143개 한계기업에 대해 841억원(잔액 기준)의 보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말하는 한계기업이란 보증 이용기간이 10년을 초과한 기업 중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을 뜻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보다 잔액 기준으로 59.9%가 증가한 수치다. 신보의 한계기업 보증 기업 수와 보증잔액은 2020년 106개, 526억원, 2021년에는 131개, 718억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계기업뿐만 아니라 신보가 장기 보증을 제공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보증 이용기간이 10년을 초과한 기업 수는 2018년부터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6만6331개에 달했다. 보증잔액 규모는 17조62억원이다. 그러나 보증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의 생존율은 높지 않다. 신보의 신규 보증 기업의 생존율을 살펴보면, 보증 실행 1년 후에는 98.9%의 기업이 생존했다. 하지만 보증 공급 후 7년이 넘어서면 기업 생존율은 73.9%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손민균

한계기업과 장기 보증 기업에 대한 보증이 늘어난다는 것은 신보의 부실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재무구조가 악화한 한계기업이 보증부 대출을 갚지 못한 채 보증을 재연장하다 보면 결국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보증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신보의 건전성에 타격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보증으로 신보의 성장기업에 대한 보증 여력이 줄어든다는 점도 문제다. 신보는 한정된 재원으로 중소기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 보증을 통해 기존 기업과 한계기업에 보증을 늘리다 보면, 결국 새로운 성장기업의 몫을 줄일 수밖에 없다. 신보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으로 보증을 하기 때문에 오래된 기업에 대한 지원이 끝나야 창업 기업들이 들어올 구멍이 생기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신보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한계기업과 장기 고액 기업에 대한 보증을 축소하기 위한 관리를 하고 있다. 10년 이상 보증을 받은 기업 중 일정 등급 이하에 대해 신규 보증을 금지하고, 보증 연장 시 보증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실행 중이다. 특히 분할해지 약정을 체결해 기업이 보증부 대출의 일시 상환에 따른 자금 부담을 덜 방안도 마련했다. 상환 계획에 따라 보증부 대출을 나눠 갚지 않는 기업에 대해선 분할해지 약정 이행률에 따라 보증료율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장기 고액 보증 기업의 대출 상환을 유도한다.

다만, 신보가 마련한 한계기업과 장기 고액 보증 기업 축소 방안은 한계가 있다. 분할해지 약정을 체결한 기업은 줄어들고 있고, 분할해지 약정을 체결했더라도 이를 이행하는 기업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보증부 대출을 나눠서 갚겠다고 상환 계획을 세운 기업이 그 일정에 따라 대출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분할해지 약정 체결 대상 기업 중 32%가, 보증잔액 기준으로는 24.5%가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분할해지 약정을 체결했더라도 약정을 이행한 비율은 낮다. 총 1836개 기업 중 약정이행률 30% 미만 기업이 1176개(6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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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 관계자는 “약정을 체결해도 기업이 갚지 못하겠다고 하면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분할해지 약정 이행률이 낮은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분할해지 약정을 맺은 기업에도 적용되면서 약정에 따른 상환을 하지 않아도 가산 보증료 등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지난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에도 약정을 이행한 기업이 상당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신보가 한계기업·장기 보증 비율을 점차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무위 관계자는 “장기 보증 기업에 대한 보증 감축을 통해 신규 보증 공급 여력이 확보되도록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신보는 한계기업이 아닌 성장성 높은 기업에 보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한계기업 보증비율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