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저축은행. /연합뉴스

저축은행 79곳 중 39곳의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이 5%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총여신 중 3개월 넘게 돌려받지 못하는 대출(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이 비율은 금융사의 자산건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는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을수록 자산건정성은 낮은 것으로 읽힌다.

8일 조선비즈가 79개 저축은행 2분기 경영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저축은행 중 86.08%에 달하는 68개 저축은행이 지난해 6월 말과 비교해 올해 6월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5%를 넘긴 곳도 전체의 49%에 달하는 39개 저축은행으로 조사됐다.

1년 새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곳은 HB저축은행이다. 지난해 6월 말, HB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64%였지만 1년 동안 10.4%포인트 증가하며 올해 6월 말엔 14.04%를 기록했다. HB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 순위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저축은행 중 28위에서 올해 상반기 4위로 껑충 뛰었다. 이외에도 상상인(8.54%포인트)·상상인플러스(7.52%포인트)·SNT(7.3%포인트)·라온(5.78%포인트)·영진(5.47%포인트)·OSB(5.32%포인트) 등 총 7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보다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그래픽=정서희

자산규모별로 비교하면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중·대형 저축은행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 중에서도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을 제외한 중형급 저축은행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5대 저축은행을 빼고 자산규모가 1조원이 넘는 27개 사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6월 말 2.75%에서 올해 6월 말 5.5%로 2.75%포인트 뛰었다. 5대 저축은행의 경우, 1년 새(3.98%→6.18%) 2.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소형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았다. 자산이 1조원을 밑도는 47개 사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17%에서 6.22%로 1.05%포인트 증가했다.

저축은행업계는 대출 취급 규모에 따라 고정이하여신이 발생할 확률도 늘어난다고 분석한다. 소형사와 비교해 중·대형사들의 사업 규모가 크기에 이들은 소형사와 견줘 더 큰 액수의 대출금을 다룬다. 이 때문에 3개월 이상 연체될 수 있는 확률도 덩달아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1년 새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 증가폭이 컸는데, 이것이 기업대출 규모가 큰 중·대형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부동산 경기가 반등 기미를 보이면서 담보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이 늘어 저축은행에서 취급하는 대출규모가 전반적으로 커졌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가계대출이 심각한 위기 수준은 아니다”며 “최근 금융 당국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시사하듯 섣불리 규제에 나서기보다 장기적이고 일관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