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올해 하반기 저축은행 업황을 두고 금융 당국과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당국은 하반기 저축은행 영업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저축은행 유동성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는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나오는 등 시장의 반응은 밝지 않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저축은행업계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에도 저축은행 수익성 및 건전성 저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조달금리가 많이 상승했고, 대손충당금 적립 등 관련 부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건전성의 경우 부동산금융과 가계신용대출에서 위기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의 올해 1분기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0.16%로, 지난해 1분기(1.52%) 대비 적자 전환했다. 주요 수익성 지표인 ROA는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 평균 ROA가 1.22%로, 2021년 말 1.87%보다 0.65%포인트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 등 주요 저축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100% 가까이 감소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순이익이 92.1%, 2위인 OK저축은행은 60.5% 줄었다. 페퍼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이자 비용이 상승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로 대손 충당금을 늘린 영향이다.

일러스트=손민균

이런 상황이지만, 금융 당국과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하반기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통상적으로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정기예금 금리를 1~2%포인트가량 높게 책정해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올해는 가산금리 수준을 낮춰 이자 부담을 덜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으나, 경영안정성에 이상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유동성 비율도 316% 수준으로 유지·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저축은행 상반기 영업 실적을 발표하며 “하반기 저축은행 영업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올해 2분기 들어 저축은행의 손실 규모가 축소되고, 연체율도 연체채권 정리를 상·매각하며 상승 폭이 둔화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만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악화할 경우를 대비해 부실채권 매각 확대와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등으로 자산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올해 하반기 이후 특히 부동산금융과 개인신용대출 관련 유동성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9월부터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이 끝난다.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부여한 저축은행들의 브릿지론 고정이하여신비율(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1.2%에서 올해 1분기 말 5.4%로 6개월 만에 4배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본 PF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4%에서 2.8%로 2배 수준이 됐다.

한신평은 “대출금리가 만기 연장 시 9∼11%로 약 2배로 상승함에 따라 차주(돈 빌린 사람)의 이자 부담이 가중됐고, 2회 이상 만기를 연장한 사업장 수가 증가해 사업성이 상당히 저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신용대출의 경우 차주의 약 76%가 다중채무자, 개인신용 평점 기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비중이 40∼50%로 열악한 신용도 분포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자금 조달 수단이 예·적금뿐인데, 시중은행까지 합세해 수신금리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에도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게다가 지난해 말 내놓은 고금리 예금 상품을 재조달하고, 이 만기가 대출금보다 빨리 돌아오는 특성 등이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