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정부가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통장) 혜택을 대폭 확대했지만, 가입자들의 해지 행렬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금리보다 낮은 이자를 주는 데다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데 따른 이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청약통장 예금을 담보로 받을 수 있었던 대출 상품의 금리도 연 5%를 넘어서면서 ‘청약통장’ 무용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583만7293명이다. 이는 지난 4월 말(2600만3702명)과 비교해 16만6409명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동안 매달 6만여명씩 청약통장을 해지한 것이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 2703만1911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가입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정부는 청약저축 금리를 현재 연 2.1%에서 연 2.8%로 올렸다. 청약 가점 항목인 청약저축 가입기간 점수는 부부가 합산(최대 3점)할 수 있도록 하고, 소득공제 대상이 되는 연간 납입 한도도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했다.

서울 시내 은행 외벽에 걸린 주택청약저축 안내문. /뉴스1

그러나 가입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청약통장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연 4%대 금리의 예금상품이 나오고 있는데, 인상된 청약통장 금리는 기준금리(3.5%)보다도 낮다. 반면 청약통장 예금을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대출 상품의 금리는 연 5~6%(신규 코픽스 12개월 기준)에 달한다. 청약통장 담보대출은 한때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다른 고금리 상품에 투자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됐다.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그 인기도 사그라들었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인근 시세보다 싼 새 아파트가 사라지면서 청약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꺾였다. 굳이 청약통장에 자금을 묶어둘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청약통장으로 조성된 기금은 정부의 임대주택사업에 활용되고, 디딤돌·버팀목 등 저금리 정책자금 주택담보대출에도 쓰인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경우 정부 주택 사업에도 차질이 생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이자를 갚는 고객도 상당히 많다”며 “청약통장 해지가 이어지는 것은 여러 복잡한 이유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금리 0.7%포인트 올리는 것으로 해지 행렬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