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본관 출입구 모습. /연합뉴스

고객 계좌 불법 개설 의혹이 불거진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터진 금융 사고로 판명될 경우, 연내 시중은행 인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가 된 대구은행 직원들의 계좌 불법 개설 행위는 여러 영업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은행은 9월 중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목표로 했다. 금융 당국은 대구은행이 자본금, 대주주 적격성 등의 심사 요건을 상당 부분 충족했다고 판단, 예비인가를 건너뛰고 본인가 절차를 밟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경우 빠르면 10~11월 중 시중은행 전환이 완료된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검사 결과를 참고해 내부통제 시스템 등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등을 충분히 살핀 뒤 시중은행 전환을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10일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를 확인하고, 지난 9일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지난 8일 외부 제보 등을 통해 대구은행 직원 수십명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의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개설한 정황을 파악했다.

시중은행 인가 권한이 있는 금융위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시중은행 인가를 위한 심사의 초점은 대주주 적격성에 맞춰져 있다”면서도 “물론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췄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금감원 검사 결과를 참고하겠다”라고 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췄는지 여부가 시중은행 전환의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금융 당국이 연일 내부통제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 내부통제 실패로 발생한 금융 사고라고 판명될 경우, 대구은행의 연내 시중은행 인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구은행은 최소 자본금(1000억원), 지배 구조(산업자본 보유 한도 4%), 대주주 위법 여부 등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이 밖에 사업 계획 타당성, 자금 조달방안 적정성, 인력·영업시설·전산 체계 등의 물적 설비 보유 여부 등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앞서 은행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연내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대구은행이 인가를) 신청하면 신속하게 검토를 하겠다. 자본금은 충족하는 상태다. 추가로 볼 부분이 사업 계획이 얼마나 타당한지와 지배구조 이슈다. 현재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아마도 빠르게 진행을 하면 올해 안에 (시중은행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예비인가를 건너뛰고 본인가로 직행하는 방안 등도 유력하게 검토했다. 예비인가는 본인가 전 시행하는 사전 심사로, 금융 당국에 사업 승인에 대한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는 성격을 갖는다. 실제 인가 효력이 없으며 필요시 건너뛸 수 있다. 통상 예비인가에 두 달, 본인가에 한 달이 소요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금감원 검사 후 내부통제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시중은행 인가 신청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