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전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하반기 역전세난 심화 우려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역전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 역시 강남권에 대규모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어 전셋값 하락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약 1만가구 규모의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가 본격화된 2019년 1분기 강남 일대의 전세 가격이 하락한 것처럼 이번에도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전세가격의 하락을 이끌어 역전세 위험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 당국은 역전세에 대비해 각종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역전세 위험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역전세 위험의 증가는 전세 세입자에게 손실을 전가할 수 있고 대출 부실 가능성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어 금융 전반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9일 주택금융공사(HF) 산하 주택금융연구원의 ‘2023년 상반기 주택시장 분석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동남권 입주물량은 올해 1만2000가구, 2024년 약 2만가구 수준으로 예상보다 역전세 위험이 가중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역전세는 현재 전세가격이 과거 계약시점 전세가격보다 낮아진 것을 의미한다. 고점 대비 빠른 전세가 하락으로 인해 전세보증금 하락의 차액은 집주인의 상환 부담이 된다.

주택금융연구원 제공

올해 하반기부터 비수도권과 경기·인천을 중심으로 역전세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 전세가격이 최고 수준을 보였는데, 통상 전세 계약 주기는 2년이므로 올해 하반기부터 역전세인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역전세 위험가구는 지난 4월 기준 102만6000가구로, 이는 전체 전세 가구 중 52.4%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은행은 하반기부터 역전세의 만기가 월평균 5만4000건씩 돌아올 것으로 봤다.

서울 역시 역전세의 위험에서 벗어나진 못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서울 입주 물량 중 절반이 강남 4구에 집중돼 있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 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4310가구로 전년 2만4115가구와 비슷한 수치다. 그러나 강남 4구로 한정해서 보면 입주 물량이 지난해 3592가구에서 올해 1만2402가구로 245% 증가했다.

통상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입주 물량은 주위 아파트 전세·매매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입주 물량의 상당수가 전세로 전환되면서 단기간에 국지적으로 전세공급이 집중되면 전세가격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식이다. 2019년 1분기 헬리오시티의 경우에도 입주를 전후해 9500가구의 약 19%에 해당하는 1800여가구가 약 1년에 걸쳐 전세로 나오며 서울 동남권 전세 평균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주택금융연구원 제공

최영상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마다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의 특성상, 전세가와 매매가의 급격한 변동은 역전세와 깡통전세 위험으로 연결된다”라며 “헬리오시티 입주 당시 입주 물량의 약 19%가 전세로 전환 공급되며 강남 지역의 전세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서울 동남권 입주물량은 2023년 1만2000가구, 2024년 약 2만가구 수준으로 예상보다 역전세 위험이 가중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을 비롯한 정부가 역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해 보증금 반환대출 규제 완화 등 각종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역전세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 역시 각종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도 여전히 역전세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역전세가 심화되면 보증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집주인이 많아지게 되고 이는 세입자에게 리스크가 전이되는 것”이라며 “세입자가 실행한 전세대출 역시 부실 가능성이 커지며 금융 전반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