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돈이 필요한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 업체로 내몰리고 있다. 시중은행은 저신용자를 받아주지 않고 저축은행마저 대출을 줄여 장기카드대출(카드론)로 몰렸지만, 이마저도 평균 금리가 최고 15%에 육박한 상태다. 게다가 합법 대출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 시장은 1위 업체마저 철수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 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문턱이 높아 갈 수 없는 저신용자가 카드론으로 몰리고 있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올해 2분기 카드·캐피털 업계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전년 말보다 약 150% 증가한 2조189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이 1년 전보다 절반가량 감소한 1조6752억원을 취급한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올해 초 주춤했던 카드론 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해 15%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7개 전업사의 지난달 말 카드론 평균 금리대는 12.88~14.76%로 나타났다. 카드사별로는 하나카드가 14.76%로 전월 동기 대비 0.46%포인트 상승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카드·캐피털사 입장에서도 저신용자 대출을 계속 늘리기 어렵다. 이들로 인해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가, 높은 기준금리가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 역마진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1분기 신한(1.37%)·삼성(1.10%)·KB국민(1.19%)·롯데(1.49%)·우리(1.35%)·하나(1.14%) 등 주요 카드사 연체율은 대부분 1%를 넘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돈이 급한 서민들은 마지막 급전 창구인 대부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업계도 상황이 쉽지 않긴 마찬가지다.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대형 대부업체들이 조달 비용이 빠르게 상승한 데다가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막히면서 대출 자체를 꺼리고 있어서다. 대부업 1위 업체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애초 계획보다 빨리 사업을 철수하는 이유와도 무관치 않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NICE평가정보 기준 대부업체 상위 69개사가 5월에 취급한 신규 대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77.7% 감소한 957억원에 그쳤다. 같은 달 대부업체 신규 이용자 수는 1만2737명으로 1년 전의 40% 수준에 머물렀다.
2금융권과 대부업계가 대출 문을 조이는 배경은 역마진 우려 탓이다. 조달 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상한에 막히자, 돈을 빌려줘도 오히려 손해가 나는 곳이 늘었다. 대출사업을 아예 접을 순 없다 보니 리스크가 낮은 차주(대출받는 사람) 위주로 대출을 하게 되고, 결국 저신용자들은 저축은행, 카드·캐피탈을 넘어 대부업에서도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의 경우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최대 7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3만7000∼5만6000명)보다 많게는 1만5000명 늘어난 수준이다. 이들의 지난해 불법 사금융 이용 금액은 많게는 1조2300억원(전년 최대 9700억원)으로 분석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새마을금고 채권 매각 등이 조달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미쳐 2금융권과 대부업계 금리에 점차 반영될 전망이다”라면서 “금융환경 변화를 고려한 유연한 최고금리 규제 완화와 은행으로부터 원활한 자금조달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