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교통사고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6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그 금액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A씨는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전 자동차 관련 보험 3개 정도를 미리 들어두는 등 보통 청구인과는 다른 행동을 보였다. 이런 점이 의심스러워 A씨 동네 근처로 찾아가니, 두 발로 걷고 있는 A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결과, A씨 배후에는 이전부터 보험 사기를 함께 기획 교도소 동기, 이모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B보험사 보험사기 특별조사단(SIU) 이 팀장
지난 2017년 교통사고 사건을 접수한 B보험사 보험사기 특별조사단(SIU)의 이모 팀장은 보험금 청구 내역을 들여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접수 당시만 하더라도 평범한 교통사고인 줄 알았으나, 보험금을 청구한 A씨가 가입한 보험을 살펴보니 보장이 중복되거나 비슷한 상품 여러 개를 들고 있었다. 대개 자동차 보험의 경우 매달 납입하는 보험료 금액을 낮추기 위해 단일 상품을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A씨가 가입한 보험 수는 총 3개였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하반신이 마비될 정도로 크게 다쳤으나, 자기 몸 상태나 회복 여부에 대한 근심보다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액수에만 관심을 보였다. 이전 비슷한 사고를 겪은 피해자들을 보면 자신의 상태를 비관하는 모습이 대다수였는데, A씨는 자신이 수령할 수 있는 보험금의 최대 액수를 집요하게 묻는 등 돈에만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보험사기 가능성이 크다고 직감한 이 팀장은 A씨의 사고에 대한 정밀 조사에 나섰다. A씨가 입원했던 병원 직원의 증언 등을 통해 A씨가 재활에 불성실하게 참여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몸 상태를 악화시키기 위해 고의로 치료를 거부한 사실도 알아냈다. 이 팀장은 A씨의 자택 주변에서 잠복 조사에 나서 두 발로 직접 걸어 다니는 모습까지 포착했다.
B보험사는 수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확보한 병원 직원들의 증언과 확보한 사진, 동영상 등을 모아 A씨를 보험사기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두 발로 멀쩡히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까지 확인하자 결국 보험사기를 시도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B보험사 SIU가 잡아낸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보험사기가 아니었다. A씨의 자백을 통해 이번 사건이 교도소에서 만난 여러 명이 서로 범행 노하우를 공유하고 2년간 전국 여러 지역에서 저질러진 조직적 사기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A씨는 “사실 이 모든 범행의 배후에는 교도소에서 만난 이모(59)씨가 있었다”라며 “그의 지시를 받아 이런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고 실토했다.
‘교도소 보험 사기단’의 대장 격인 이모씨는 이전부터 절도, 강도 등 범행으로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드나들었던 인물이다. 그는 이곳에서 알게 된 범죄자들과 2년간 보험 사기 행각을 벌이며 총 1억4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편취했다.
이씨가 첫 보험 사기에 나섰을 때는 지난 2016년 8월이다. 본인 명의로 구매한 체어맨 승용차를 지인에게 빌려준 뒤 이 차를 몰래 빼돌리고 도난 신고를 해 보험금으로 2393만원을 편취한 것이다. 그는 절단기 등을 이용해 차량을 분해한 후, 이를 인근 공사 현장에 버리거나 비닐하우스 근처 토지에 파묻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첫 범행에 성공하자 이씨의 수법은 더욱 대담해졌다. 이씨는 교도소에서 그와 함께 생활한 동기들에게 보험 사기를 통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겼다. 특히 이씨는 고급 승용차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후, 허위로 도난 신고하면 수천만원을 쉽게 벌 수 있다며 포섭에 나섰다.
2017년 3월, 이씨는 포섭한 교도소 동기인 김모, 조모씨와 함께 추가 범행을 저질렀다. 이씨는 내연 관계에 있던 여성 명의로 중고차 시장에 수입 승용차를 약 4000만원의 가격으로 구입한 후, 자동차 보험을 들었다. 이후 그는 공범 김씨에게 동일한 모델의 차량을 렌트해오라고 지시했다.
김씨가 렌트해 온 차량을 가져오자, 그는 기존 차량의 번호판을 렌트차의 번호판과 교체했다. 이후 그는 미리 준비해 둔 예비 차 열쇠를 가지고 렌트 업체에 이를 반납한 후, 몰래 자신의 차량은 이전과 같은 수법으로 차를 은닉했다. 이씨가 도난보험금 등의 명목으로 받은 금액은 총 8749만원 정도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이씨의 범행은 결국 공범 A씨의 자백으로 들통이 났다. 그는 같은 해 5월, 교도소 동기인 A씨에게 대리 운전기사로 가장하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서 보험금을 수령하자고 꼬드겼다. 당시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사망 및 자동차 보험금으로 가족을 부양하고자 했다.
A씨는 이씨의 지시에 따라 차량을 몰고 가다 경기 용인시 한 유원지 인근 담장에 일부러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그렇지만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A씨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사망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A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하반신 마비를 얻었다며 약 6억35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SIU의 끈질긴 추적 끝에 A씨가 시도한 사기 행각은 결국 들통이 났다. 그는 이씨와 함께 범행을 기획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이씨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차량을 해체하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을 수사 기관에 제출했다.
믿었던 교도소 동기가 그를 배신하자 이씨도 버틸 재간은 없었다. 그는 처음에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거듭된 추궁으로 결국 모든 사실을 자백했다. 그는 “큰돈에 눈이 멀어 범행을 결심하게 됐다”며 “분해한 차량 등은 소유한 농지 및 비닐하우스 근처에 모두 묻혀있다”고 털어놨다.
당시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지난 2020년 6월 이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키거나 그 자동차를 해체하여 공사현장 등에 묻고 도난당한 것처럼 가장하여 3곳의 보험사에 피해를 줬다”며 “피고인은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으며, 그 수법 또한 대담하기에 그 형을 가볍게 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만일 A씨가 허술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으면 이번 전말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또한 A씨가 이씨의 범행까지 증언해 주면서 결국 ‘교도소 사기단’의 범행의 실체가 드러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