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로고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 2021년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각 사의 3년 치 목표 비중을 설정했는데, 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인터넷은행은 최근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점을 들어 내년부터는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올해 연말까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이행 내역을 살핀 뒤 대외적 여건을 함께 고려해 규제 완화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5일부터 고신용자에 대한 신규 신용대출 승인을 잠정 중단했다. 또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중·저신용자 고객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이는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3.9%로 금융 당국이 제시한 올해 목표치인 32%를 밑돌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1분기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각각 25.7%, 42.06%며, 목표치는 30%, 44%다.

그래픽=정서희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대출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지난 1~4월 취급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액은 2조7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085억원)보다 17.48% 감소했다. 케이뱅크는 이 기간 중·저신용자 대출로 3500억원을 공급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6300억원) 대비 44.4%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액은 1조100억원에서 6300억원으로 37.7% 줄었다. 유일하게 카카오뱅크만 대출 규모가 8685억원에서 1조900억원으로 25.5% 늘었다.

최근 연체율이 오르며 건전성이 악화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인터넷은행들의 연체율은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토스뱅크의 경우 지난 1분기 말 기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총여신 대비 부실여신 비율)이 1%대를 기록했다. 이는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순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행은 지난 1분기 카카오뱅크 510억원, 케이뱅크 601억원, 토스뱅크 76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각각 쌓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7%, 200.5%, 224.8% 늘어난 규모다.

그래픽=정서희

인터넷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선 합리적인 수준으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예상치 못했던 수준으로 경제 상황이 급변했다. 기준금리가 3%포인트 넘게 올랐고 경기 침체의 골도 깊다”며 “상환 여력이 악화된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규 대출을 계속 확대할 경우 연체율이 늘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 당국이 정책 스탠스를 바꿀지는 미지수다. 금융 당국은 앞서 인터넷은행이 여러 차례 대출 규제 완화 요구를 할 때마다 부정적이었다. 인터넷은행은 설립 취지상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우선 과제여야 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며 “이와 별개로 인터넷은행은 설립 취지에 부합하게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우선시해야 한다. 인터넷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