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중 업비트를 제외한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전체 가상자산시장 점유율이 10% 밑으로 떨어졌다. 4개 거래소는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토로한다.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9시 기준 업비트의 가상자산 국내 시장 점유율은 90.7%로 집계됐다. 2위 빗썸(7.9%)과는 무려 82.8%포인트나 차이 나는 수치다. 또한 만일 빗썸을 포함해 코인원(1.0%), 고팍스(0.3%), 코빗(0.1%)을 다 합쳐도 업비트의 점유율은 10배 가까이 높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비트는 최근 들어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지난 6월 25일 업비트는 점유율 92.6%로 사상 최대 수치를 기록한 이래로 이날까지 80% 후반대에서 9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시황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2일까지 업비트의 평균 점유율은 88.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78.9%)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차이 나는 수치다.
업비트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는 이유로는 낮은 수수료와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업비트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면 적용받는 수수료율은 0.05%다. 빗썸은 일부 거래에 대해 수수료율 0.04%를 적용하고 있긴 하나 대부분의 거래에는 수수료율 0.25%가 부과된다. 또한 업비트는 지난 2020년 가상자산거래소로서는 최초로 인터넷은행(케이뱅크)과 실명계약 제휴를 맺으면서 신규 고객 유입에도 먼저 나설 수 있었다.
업비트의 점유율이 90%를 넘어가며 나머지 4개 거래소는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12일 4대 거래소의 점유율은 26.3%를 기록했으나 이는 1년 만에 67% 넘게 급감하며 현재는 8~9%대로 쪼그라들었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그럭저럭 먹고살 만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지난해를 두고 말하자면 업비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지만 현재는 운동장이 뒤엎어진 셈이다”라며 “이러다간 경영을 포기하는 거래소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거래소의 순익도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빗썸의 경우, 지난 12일 가상자산 거래 대금이 247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수수료 0.04~0.25%를 적용하면 하루 수익은 최소 9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절반 이하로 떨어진 수치다.
같은 기간 원화마켓거래소 중 가장 점유율이 낮은 코빗의 수익은 약 8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업비트가 하루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따라서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은 각자 생존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빗썸은 조직 개편과 함께 공격적인 상장을 통해 수익 개선을 꾀하는 중이다. 대개 거래소의 수익은 코인 거래 수수료가 99%에 달하기에 상장하는 코인이 많을수록 거래소의 수익도 커진다.
올해 상반기 빗썸이 신규 상장한 코인의 개수는 52개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했다. 또한 빗썸은 최근 수익성이 낮은 리서치연구센터 등을 무기한 영업 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비용 효율화에도 나서고 있다.
코인원은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내 가상자산 거래 방식과 인터페이스(UI)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며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또한 올해 15개의 코인을 새로 상장하고 거래 지원 관련 인력도 기존 대비 3배 이상 채용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전한 가상자산시장 생태계를 위해서 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식시장과 다르게 가상자산거래소는 상장과 유통을 모두 담당하고 있어, 특정 거래소에 점유율이 쏠릴 경우 시장 교란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만일 특정 가상자산거래소가 시장을 지배하면 가격 투명성을 훼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독점적인 상장 권한을 지닐 수 있다”며 “이미 가상자산거래소는 상장 및 폐지, 유통 등 모든 권한을 부여받은 상태인데, 특정 거래소가 점유율까지 독점하게 되면 이를 견제할 방법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