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에 일명 ‘폰테크’, ‘휴대폰깡’이라고 불리는 ‘내구제대출’이 깊숙이 침투했다. ‘나를 구제하는 대출’의 줄임말인 내구제대출은 대출이 필요한 사람이 휴대전화를 개통해 사용하지 않고 브로커(불법업자)에게 넘겨 일정 수수료를 제외한 현금을 받는 불법사금융이다. 급전이 필요하지만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20~30대 청년층을 주요타깃으로 한다. 청년층은 내구제대출이 돈을 빌리고 갚는 대부(貸付)의 형태를 띠고 있지 않고 본인의 휴대전화 기기와 유심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해 가볍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구제대출은 실행 시 본인이 갚아야 할 돈은 크게 불어나는 것은 물론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불법사금융이다. 청년층을 잠식하고 있는 내구제대출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예방책을 찾아봤다. [편집자주]
“무직자, 연체자, 누구나 당일 최대 150만원까지 입금 가능합니다. 상환해야 하는 대출 상품이 아닙니다.”
금융 교육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이 ‘내구제대출(휴대폰깡)’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생활비 목적의 긴급 자금이 필요하지만 제도권 금융에서 거절당한 이들이 휴대전화를 매개로 한 내구제대출의 문을 두드린다. 휴대전화를 개통해 당장 돈을 받고 다달이 요금을 내면 된다는 내구제대출 업체의 홍보에 현혹된 청년층은 내구제대출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최근에는 청년층뿐만 아니라 청소년도 내구제대출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금융권 및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 따르면 내구제대출 이용자 10명 중 7명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내구제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내구제대출로 인한 평균 피해금액은 444만원으로 집계됐다. 피해자의 17.1%는 1000만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
◇ 제 발로 두드리는 내구제대출의 문
내구제대출의 통로는 다양하다. 가장 흔한 접근 경로는 포털사이트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내구제대출 관련 상담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구제대출 이용자 3명 중 1명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내구제대출을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털사이트에 내구제대출만 치면 “누구나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 드립니다”, “힘든 시기 조금이라도 더 드립니다”, “불법과 사기는 피하고, 본인의 상황에 맞는 내구제대출을 실행합니다”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운 내구제대출 사이트가 등장한다.
사채업자를 통한 대출보다는 내구제대출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직접 내구제대출 업체를 찾는 이들도 있다. 내구제대출 이용자 A씨는 “솔직히 대부업 찾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라며 “대부업도 많이 알아봤지만, 극악무도하고 주변에 알려지면 이미지도 너무 좋지 않은데 내구제대출은 해도 알려질 걱정이 없다”라고 했다.
내구제대출 업체를 통하는 대신 직접 내구제대출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유심만 따로 중고거래 플랫폼에 팔고 몇 달 뒤 휴대전화를 해지하는 식이다.
내구제대출 피해자를 상담하는 현장에서는 가정 밖 청소년의 보금자리인 쉼터가 내구제대출을 접하는 통로가 된 경우도 있다고 전한다. 내구제대출 상담원 B씨는 “아이들은 내구제대출을 어디서 하는지 다 알고 있다”라며 “(휴대전화)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잘 아는 청소년의 경우 (내구제대출을 하면)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라고 했다. B씨는 “이 경우에는 내구제대출을 직접 하는 것보다 브로커를 해야 돈이 오는 구조라는 걸 알아 다시 쉼터로 찾아와 쉼터에서 친구를 꾀어내서 (내구제대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 ”수수료·요금 내면 순식간 빚 불어”
단순히 폰테크라고 생각했던 내구제대출 이용자는 본인도 모르는 새 개통한 기곗값과 통신 요금 위약금, 소액결제 등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당장 필요한 소액 대출을 하려다가 수십배에 달하는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내구제대출을 실제로 이용한 이들은 내구제대출을 ‘악질적 대출’이라고 평가했다. 내구제대출을 이용하려던 C씨는 당시 120만원짜리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80만원을 주겠다는 업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C씨는 “당장 갚아야 하는 대출은 많은데 다른 대출을 알아보니 모두 부결돼 휴대폰 내구제대출을 알아봤다”라며 “당시 100만원이 넘는 휴대전화를 3년 할부로 개통하면 곧바로 받을 수 있는 돈은 80만원 남짓이었다”라고 했다. C씨는 “살인적인 수수료와 할부금까지 갚기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대출을 받았다면 지옥행이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내구제대출 이용자 D씨 역시 “나중에 빚이 3~4배로 쌓인다”라며 “내구제대출로 휴대전화를 3~4대 개통할 경우 단 몇백만원을 받고 요금과 위약금, 할부금 등을 합해 1000만원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빌린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상황뿐만 아니라 브로커가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에는 모든 법적 책임이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이용자가 떠안게 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선불 유심 내구제대출을 실행한 E씨는 본인의 신분증을 발송하고 1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E씨는 몇 달 뒤 경찰로부터 대포폰 10여개가 본인의 명의로 개통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포통장과 마찬가지로 대포폰도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라며 “범죄에 이용될 것을 몰랐다고 해도 내구제대출을 통해 명의를 넘길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