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왼쪽에서 두번째)이 새마을금고 현장점검을 위해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남동 새마을금고 경희궁지점을 찾아 이질남 교남동금고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새마을금고가 잇따른 임직원들의 비위와 부실 대출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겪으면서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농협과 수협, 신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들이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는 데 반해 새마을금고는 행안부가 관리와 감독 권한을 모두 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자산 규모는 284조원에 이르지만, 이를 관리하는 행안부 전담 인력은 고작 10명 수준에 불과하다. 수시로 금융 당국에 자료를 제출하고 감사를 받는 타 금융사들과 달리 새마을금고는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의 감독 권한을 금융 당국에 넘겨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해 왔다. 금융위원회 역시 감독권 이관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며 ‘폭탄 떠안기’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감독권 이관이 어렵다면 자산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 분야라도 금융 당국이 주도적으로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행안부 공무원 10명이 284조원 관리

행안부가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 권한을 갖게 된 것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난 1973년 ‘마을금고연합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하면서 행안부의 전신인 당시 내무부가 주관 부처가 됐고, 지금껏 별다른 변화 없이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금융이 주 업무가 아니다 보니 행안부에서 새마을금고를 관리·감독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행안부에서 새마을금고는 지방재정경제실 산하 지역금융지원과에서 담당한다. 지역금융지원과에서는 총 14명이 근무하는데, 모든 직원이 새마을금고 업무를 맡는 것은 아니다. 새마을금고 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직원은 5급 사무관이다.

게다가 새마을금고 담당자들 가운데 금융 전문 인력도 찾아보기 어렵고, 직원들은 부서 순환 배치로 몇 년 만에 자리를 떠나야 한다.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업무와 의사 결정을 총괄하는 한창섭 행안부 차관 역시 충청북도 행정부지사와 정부청사관리본부장, 정부혁신조직실장 등을 거쳤을 뿐 금융 분야에서는 별다른 이력이 없다.

다른 상호금융기관들은 주무 부처와 감독 체계가 분리돼 있다. NH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신협은 금융위, 수협은 해양수산부가 각각 주무 부처로 돼 있다. 그러나 신협과 함께 농협과 수협도 신용 사업의 감독 권한은 금융위가 쥐고 있다. 이 때문에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이들 상호금융기관은 금융감독원의 수시 감사를 받고 각종 경영 지표를 제출해야 한다.

반면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은 행안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이뤄진다. 행안부 장관이 금융위와 협의를 거쳐 감독을 결정하면 금융감독원이 나서는 방식이다. 행안부의 인력 부족과 전문성 미비로 위기를 조기에 파악하기도 어렵고, 혹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불안한 흐름이 감지돼도 금융 당국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픽=정서희

◇ ‘폭탄’ 떠안기 주저하는 금융 당국

이 때문에 그동안 정치권과 금융 시장에서는 새마을금고의 감독 권한을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감독권 이관에 대해 행안부는 물론 금융위마저도 반대하는 기류가 강한 상황이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지난 6일 열린 새마을금고 건전성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감독권을 이관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한 입장을 알려 달라는 질문에 “현재는 상황을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사실상 감독권 이관에 대한 논의를 할 시점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7일 가진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도 감독권 이관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지금은 (고객들이 예·적금을 인출하는) 상황을 진정시키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라며 “감독권을 중앙으로 옮기는 것이 나은지, 현재의 협조 체계에서 하는 게 나은지를 논의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이런 입장을 보이는 것은 새마을금고의 감독권 이관 이후 떠안을 여러 업무와 책임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적으로 1294개에 이르는 점포를 가진 거대 금융사에 대한 감독을 맡기에는 금융위와 금감원 역시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새마을금고가 대출 부실과 만연한 임직원 비위 등 여러 문제점을 이미 드러낸 상황에서 감독을 맡게 되면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져야 하고, 국정감사나 청문회에 불려 가 공개적인 질타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또 행안부에서 이관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한 상황에서 금융위가 찬성하는 입장을 밝힐 경우 자칫 정부 부처 간 ‘밥그릇 다툼’으로 보여질 위험도 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권 이관은 적용법인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감독권 이관에 대한 개정안 논의가 몇 차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위가 감독권을 받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법 개정 시도는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매번 무산됐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새마을금고 본점을 방문해 6000만원을 예금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정부는 보유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새마을금고를 지원할 것'임을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 “건전성 지표 등 일부라도 금융 당국이 주도해야”

금융 전문가들은 대체로 새마을금고의 감독 권한을 금융 당국이 갖는 데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마을금고는 전국적으로 대규모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금융시스템 안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력에 의해 관리해야 한다”며 “금융위, 금감원 산하로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가 아직 금융 당국의 관리를 받기에는 충족해야 할 기준이 많다며 당장 감독 권한을 이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새마을금고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나 예금자보호법상의 금융기관이 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감독 체계가 갑자기 바뀌면 국민 세금으로 보호막만 만들어 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상호금융의 신용사업 관련 건전성, 내부통제 등 일부 분야에 한해 금융 당국이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자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금융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이 지금보다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구 박사는 “금융은 위험의 전파 속도가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상호금융 감독 주체 간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