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의 지역금고 수십곳이 공동으로 대출에 나서는 ‘쪼개기 대출’로 부동산 관련 대출에 나섰다가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부동산 쪼개기 대출은 동일법인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현행법을 위반한 경우가 많은데, 부실이 발생해야 위법 행위가 드러나는 문제점이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업계에선 새마을금고가 참여한 PF 사업장은 대부분 이런 방식의 쪼개기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쪼개기 대출 문제가 드러난 사업장의 경우 대출 심사가 부실했고, 금고 한 곳이 대출해 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곳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8일 금융권과 PF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문화예술타운(쇼플렉스) 건립이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이 사업장에 1000억원을 공동으로 대출해 준 지역 새마을금고 30곳이 수백억원대 손실을 볼 전망이다. 쇼플렉스는 대지 면적 6만7913㎡(약 2만543평)에 지하 4층~지상 5층, 연면적 31만6255㎡(약 9만5667평) 규모로 조성된다. 올해 말 착공해 2026년 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 주체인 부산도시공사가 최근 쇼플렉스의 시행사인 아트하랑이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 토지 매매 계약을 취소했다. 아트하랑은 쇼플렉스 사업을 위해 새마을금고 30곳으로부터 1000억원의 브릿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 및 인허가용 단기 차입금)을 대출받았다. 대출기간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였으나 만기가 두 차례 연장됐다. 아트하랑은 이 브릿지론에 대한 이자를 6개월째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대출금이 1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연체 금액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아트하랑은 그간 대출이자 체납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발 등으로 자금조달능력을 상실했고 약정된 기한 내에 착공하지도 않아 더는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PF업계에서는 이번 브릿지론이 정상적인 대출 형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지역 새마을금고 1곳이 동일법인에 해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50억원이다. 여러 금고가 공동으로 동일법인에 취급 가능한 대출 한도도 500억원으로 제한된다.
쇼플렉스 브릿지론에는 총 30개 새마을금고가 공동대출자로 참여해 1000억원을 대출해 줬다. 동일법인 공동 대출 한도인 500억원을 2배나 넘은 액수다. 부산뿐 아니라 서울, 경기, 대구 등 전국 새마을금고가 대출을 집행했다. 동일법인 대출 한도를 넘어 57억원을 대출해 준 금고도 있었다.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이런 쪼개기 대출이 가능한 것이다.
대출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가 드러났다. 새마을금고 30곳이 참여했는데 대출 심사는 대주단의 주간금고사 1곳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출심사는 금고 공동대출의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한다. 감정가도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부산도시공사가 2019년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외부 업체 2곳에 의뢰해 평가한 사업 부지의 감정가는 672억원이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2년 뒤인 2021년 이 부지 감정가를 1300억원으로 책정했다. 2년 만에 2배가 뛴 것이다.
부산도시공사의 환매(투자금을 중도에 돌려주는 것)가 진행될 경우 아트하랑이 돌려받을 계약금은 약 63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약금이 모두 새마을금고 브릿지론 상환에 쓰인다고 해도 370억원을 날리게 된다. 여기에 받지 못한 이자까지 포함하면 4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아트하랑 자금난이 심각해 돌려받은 계약금을 전부 새마을금고 브릿지론 상환에 쓰일지도 미지수다. 손실은 모두 지역 금고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아트하랑 측은 현재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안정적인 사업비를 확보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계획이었다며 부산도시공사와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부산 쇼플렉스 브릿지론의 경우 당시 대출이 집행됐을 때 현재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됐기 때문에 부당하게 대출이 나간 것은 아니다”라며 “담보가치 역시 미래의 가치를 보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부산도시공사 환매권 행사로 금고 30곳이 볼 손실에 대해서는 법원 결정이 나야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앙회 차원에서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에서도 새마을금고가 쪼개기 대출에 나섰다가 대출금 전액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2020년 A시행사는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71번지 일대에 주상복합 아파트 및 오피스텔을 건설하겠다며 주민들과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토지매매계약과 함께 주민들로부터 부동산담보신탁 동의서도 함께 받았다. A사는 이를 바탕으로 성남과 울산 등의 새마을금고 8곳에서 토지대금 지급 명목으로 360억원을 공동대출 받았다.
그러나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A사가 사업부지 내 토지를 재개발을 위한 법정비율만큼 확보하지 못하면서 건축 인허가 접수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이자 지급과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하면서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해당 대출 역시 부실 심사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 우선 이 사업장은 건축 사전심의만 조건부로 통과했다. 사전심의는 사업자가 개발사업 인허가 신청 전에 해당 지역이 내 개발사업이 가능한지를 지자체에 검토를 요청하는 절차다. 사업 인허가와는 관련이 없는 절차다. 금고는 재개발 추진이 불확실한 사업장에 360억원을 대출해 준 것이다. 또한 이번 대출에도 동일법인 대출 한도를 넘긴 금고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 집행 후 관리도 허술했다. A사는 대출금 360억원 중 200억여원만 토지대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토지대금 대출은 A사가 아닌 토지를 매각한 주민들에게 직접 입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출을 해주고 사용 목적에 맞게 대출금이 집행됐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금고 8곳은 대출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자 해당 토지를 공매하려고 했으나, 주민들이 A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A사 측은 대출금을 유용한 사실이 없고 일부 주민들이 웃돈을 요구하면서 사업 진행이 더딘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시 성복동에서도 아파트 개발사업에 새마을금고 10곳이 500억원의 쪼개기 대출을 해줬다가 떼일 위기에 놓였다. 이 부지는 이미 사업자가 선정돼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이를 알지 못한 금고가 대출을 해준 것이다. 결국 이 사업장은 용인시로부터 개발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 공동대출의 주간금고사는 용인이 아닌 서울 지역의 금고로 전해졌다. 대출 심사가 허술했던 데다 PF 사업장 인접 금고가 주간금고사를 맡아야 한다는 내규마저 어겼다.
중앙회 관계자는 “두 곳 모두 채무자(시행사)가 원하는 사업이 되지 않은 것은 맞다”며 “다만 이 사업장은 미래 사업성을 보고 대출을 해준 것이 아니라 토지 조성을 위한 토지 담보 대출이 나간 것이다. 현재 담보가치에 영향은 없어서 해당 금고가 채권 회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동대출의 경우 대출이 부실화됐을 때 파급력이 여러 금고에 미치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금고사가 부실 관리에 노력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중앙회는 연체율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각 금고에 대해 철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부실하게 운영되자 대출 부적격자들에게 대출을 알선하는 브로커들도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금고 직원들과 짜고 대출이 불가능한 법인이나 개인에게 쪼개기 대출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챙긴다. 이런 불법 쪼개기 대출의 경우 쇼플렉스나 용인 재개발처럼 문제가 발생해야 드러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자체 감사 능력이 부족하고, 금융감독원의 상시 감독 체계에서 벗어나 있어 부실 대출이 적발되지 않는 것이다.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새마을금고의 대출 비리는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정부 및 중앙회 감사에서 걸러지지 않고 내부 고발자 또는 불법 대출 당사자 간 다툼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