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대구은행 영업장 모습.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면서 대구은행이 첫 인가 대상이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부산·경남·전북·광주·대구·제주 총 6개 지방은행 중 가장 큰 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은행은 정작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인가를 위해선 최소자본금 요건(1000억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 한도 4%·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 두 가지가 모두 충족돼야 한다. 자본금 요건은 6개 지방은행 모두 충족하고 있으나, 지배구조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대구·제주은행뿐이다. 제주은행은 요건상 시중은행 전환이 가능은 하나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부산·경남은행을 보유한 BNK금융지주는 롯데그룹이, 전북·광주은행을 자회사로 둔 JB금융지주는 삼양그룹이 대주주로 있어 시중은행 전환을 시도할 경우 의결권을 4% 이내로 행사해야 하는데 이 경우 지배권을 상실할 수 있어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하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6806억원이다. 지분은 DGB금융지주가 100%를 보유하고 있고, DGB금융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8.78%), OK저축은행(8%) 등이다. 앞서 삼성생명도 대주주에 이름을 올렸으나, 2019년 DGB금융 지분 3.6%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현재는 3.3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방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하이투자증권)과 보험(DGB생명) 계열사를 갖고 있는 점도 시중은행 전환에 긍정적 요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 단위로 영업 범위를 넓히는 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1년 5월 BNK금융에 이어 두 번째 지방금융지주로 탄생한 DGB금융은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을 인수해 생명보험업에 진출했다. 2016년 LS그룹이 내놓은 자산운용사를 인수했고, 2018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등 점차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충했다.

그래픽=손민균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BNK금융의 100% 자회사인데, BNK금융의 최대 주주는 롯데다. 1분기 말 기준 부산롯데호텔이 2.76%, 롯데쇼핑이 2.62%, 롯데장학재단이 1.76%, 롯데홀딩스가 1.44%, 광윤사가 0.85%, 롯데칠성음료가 0.66%, 패밀리가 0.58%, 호텔롯데가 0.4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총지분율은 11.14%다. 롯데그룹은 BNK금융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되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자본 확충에 일조해 왔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자본금은 각각 9774억원, 4321억원이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JB금융이 각각 10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JB금융의 최대 주주는 식품그룹인 삼양그룹으로, 1분기 말 기준 삼양사가 14.1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양사는 1969년 고 김상홍 명예회장이 전북은행 설립 참여를 계기로 주주가 된 이후 최대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양사 역시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 자본금은 전북은행이 4616억원, 광주은행이 2565억원이다.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가 75.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본금은 1606억원이다.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상황이나 여의치 않다는 것이 제주은행 측의 설명이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바가 없다”며 “전국에 31개 점포가 있는데 이 중 29개 점포가 제주도에 있다. 제주도에 기반한 지방은행으로 자산 규모 등이 작고 수익도 타 시중은행과 경쟁을 하기에는 적은 수준이라 시중은행 전환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인가 조건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자산이나 총수신, 원화대출금 규모가 그나마 견줄 수 있는 곳은 대구은행뿐이다”라며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추가로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