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인 ‘청년도약계좌’의 후폭풍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청년도약계좌의 금리가 6%로 정해지며 ‘팔면 팔수록 손해인 상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내년부터 금리 인하에 따른 실적 하락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벌어들이는 돈은 줄어드는데 청년도약계좌는 납입금액이 늘어날수록 은행이 지급해야 할 이자는 늘어나는 구조여서 은행권은 실적 하락기 청년도약계좌의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심에 빠졌다.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은 청년이 매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내면 정부가 월 최대 2만4000원을 지원한다. 청년도약계좌 만기 5년을 채운 청년은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까지 받아 5000만원 안팎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은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리스크 관리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아직 가입자 수, 가입 금액 등이 결정되지 않아 청년도약계좌로 인한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기본금리 4.5%, 최고 6%라는 금리가 결정되면서 팔수록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청년도약계좌의 가입 규모에 대해 자히 살펴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3년간 은행이 감당해야 할 손실이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자는 지난 23일 오후 2시 기준 70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내년부터 기준금리 인상세가 멈추며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되는 점은 은행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1분기부터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역시 내년부터는 이자 수익 등 실적이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품이지만, 실적이 괜찮은 올해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다만, 청년도약계좌의 납입금액이 늘어나 더 많은 이자를 제공해야 하는 시점이 실적 하락기와 맞물렸다는 점은 부담이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 금리 인하기가 올 텐데 그러면 실적이 떨어지는 시기에도 높은 고정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점은 은행의 건전성까지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를 통한 청년층 지원이 다른 금융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은행의 고민이다. 청년도약계좌의 금리는 3년간 고정되기 때문에 은행은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어도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없다. 청년도약계좌로 인해 은행의 예금 평균 금리가 높아지면 결국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정 금액을 출연해 청년층을 위한 사회공헌을 하라고 하는 것보다 청년도약계좌를 통해 청년층을 지원하는 게 은행에는 부담이 된다”라며 “청년도약계좌는 자금 조달 비용으로 반영돼 금융 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또한 청년도약계좌에 대해 “생색은 정부가 내고 은행은 많이 팔면 팔수록, 금리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품이 탄생했다”라며 “예금평균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한쪽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은행은 저신용자에 대한 진입 문턱을 높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은행권은 청년도약계좌의 금리 변동이 있을 3년 뒤 금리 수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의 가입기간 중 3년은 고정금리가 적용되며 이후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변동금리의 경우 해당시점의 기준금리와 고정금리 기간 중 적용됐던 가산금리를 합해 설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변동금리가 되더라도 역마진이 나지 않는 수준으로 금리를 설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3년 뒤에 금리를 변동할 수 있지만,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변동금리 수준을 마음대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