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화 HK금융파트너스 대표(왼쪽 두번째)와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가운데) 등이 20일 흥국생명빌딩에 열린 HK금융파트너스 출범식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흥국생명 제공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 흥국생명이 법인보험판매대리점(GA) 자회사를 출범했다. 흥국생명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보험업계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 추세 속에 구조조정 바람이 함께 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흥국생명은 20일 서울 남대문 사옥에서 판매전문 자회사인 ‘HK금융파트너스’의 출범식을 진행했다. 자회사형 GA HK금융파트너스의 신임 대표로는 2022년부터 흥국생명의 영업을 총괄해 온 김상화 흥국생명 영업본부장이 선임됐다. 본격적인 영업은 오는 7월 5일부터다.

HK금융파트너스 출범 전날 흥국생명은 사내 공문을 통해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일반직 1983년 1월 1일 이전 출생자 또는 근속 10년 이상 정규직 직원과 사무직 근속 3년 이상 정규직 직원이 신청 대상이다. 근속기간 20년 이상의 직원에게는 기본급 기준 32개월분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하고, 15년 이상~20년 미만 직원은 30개월분, 10년 이상~15년 미만 직원은 25개월분, 5년 이상~10년 미만 직원은 20개월분, 5년 미만 직원은 15개월분의 퇴직금을 준다는 조건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자회사형 GA 설립과 함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흥국생명 측은 “기존 전속판매채널을 분리해 본사는 보험상품과 서비스 개발 등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HK금융파트너스’가 상품 판매를 전담해 영업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과 제판분리는 큰 연관성이 없다”면서 “전체 직원이 590명으로 크지 않은 규모인 데다 일반직과 사무직에 한정된 희망퇴직이라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과 판매 자회사는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제판분리로 인한 보험사의 인력 감축과 조직 축소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생명보험업계가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데는 보험상품 영업 판매를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도 있으나 인건비와 점포 운영비 등의 비용을 줄이려는 전략도 깔려있다.

앞서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같은 배경으로 제판분리를 추진해 왔고, 제판분리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이 잇따르기도 했다. 보험사들의 제판분리가 영업인력을 자회사로 이관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비용을 회피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다만, 한화생명은 여승주 대표가 직접 나서 “시장을 선점하고 확장하는 1등 전략을 추구하는 회사에 인력 축소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구조조정설에 대한 사측 입장을 밝혔다.

제판분리에 나섰던 자회사형 GA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보험사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보험업계의 제판분리 바람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AIA생명도 GA 설립을 추진 중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제판분리가 가속화하고, 시책 등 보상 수단이 강화하면서 전속설계사는 줄고 있고, GA로 가는 설계사는 늘고 있다”면서 “제판분리가 보험업계 전반의 인력 및 고용 구조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