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롯데카드의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카드업계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실적이 부진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으로 재정 건전성도 악화돼 인수 후보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매물로 나왔고 김병주 회장이 이끄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지분의 59.8%를 인수해 새 주인이 됐다. MBK는 지난해 9월 롯데카드를 다시 매물로 내놨지만, 우리·하나금융그룹 등 유력 인수 후보자들이 발을 빼 재매각에 실패했다.
최근 MBK는 롯데카드가 보유했던 교통카드·단말기 제조사 로카모빌리티를 맥쿼리자산운용에 4150억원에 매각했다. 롯데카드 매각을 위해 자회사를 쪼개 팔아 몸값까지 낮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롯데카드의 실적과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여러 인수 후보자가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서 매각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지분의 20%를 보유 중인 롯데쇼핑이 매각 이후에는 롯데카드 사용자들에게 제공했던 여러 혜택을 줄이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커, 성장을 지속할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1분기 순이익, 전년比 40% 감소…현대카드에 4위 내줘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이 551억원에 그쳤다. 91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급감한 수치다.
올해 들어 카드업계는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로 대부분 순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다. 그러나 롯데카드의 이익 감소 폭은 경쟁사에 비해 훨씬 큰 편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경우 1분기 순이익은 16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 폭이 5.3%에 불과했다. 신한과 함께 3대 카드사로 꼽히는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도 같은 기간 순이익 감소 폭이 각각 9.5%, 30.1%로 롯데카드보다 적었다.
눈에 띄는 점은 롯데카드와 함께 4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카드의 선방이다. 현대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 줄어든 708억원으로 롯데카드를 넘어섰다. 지난 3월 도입한 애플페이 효과로 신규 가입자와 카드 사용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경쟁사에 비해 순이익 감소 폭을 줄인 것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4월 개인 신규 회원 수는 16만6000명으로 10만4000명에 그친 롯데카드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제외한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도 현대카드가 36조9046억원을 기록한 반면 롯데카드는 21조2937억원에 그쳐 15조원이 넘는 격차를 보였다.
◇ 부실채권 비중·연체율 가장 높아
MBK는 롯데카드 인수 이듬해인 2020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서 마케팅본부장으로 일했던 조좌진씨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러나 취임 4년째를 맞는 올해 실적과 점유율에서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재매각을 위한 ‘해결사’ 역할을 기대했던 MBK의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최근 롯데카드의 재정 건전성까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전년 대비 41.3% 급증한 606억원에 달했다. 고정이하여신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뜻한다.
롯데카드의 고정이하여신 잔액 규모는 653억원을 기록한 우리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였다.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0.18%포인트 늘어난 1.12%로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연체율도 최고 수준이다. 1분기 기준 롯데카드의 1개월 이용 연체율은 1.49%로 주요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롯데카드보다 규모가 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연체율은 각각 1.39%, 1.1%였다.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전년 대비 0.19%포인트 줄어든 0.69%를 기록, 주요 카드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연체율도 0.95%로 대부분 1%를 웃돈 경쟁사보다 낮았다. 롯데카드는 실적은 물론 건전성 관리에서도 현대카드에 완패한 셈이다.
◇ 롯데쇼핑 “빨리 헤어지자”
롯데카드가 매각될 경우 롯데쇼핑이 제공하고 있는 여러 혜택이 사라지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큰 점도 인수 후보자들이 입질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쇼핑은 2019년 최대주주가 MBK로 바뀐 후에도 지금껏 롯데카드 지분의 20%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는 MBK에 매각을 체결할 당시 롯데쇼핑의 지분을 남기는 대신 재매각할 때 함께 팔도록 하는 동반매각참여권(Tag along)을 걸어뒀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의 새 인수자는 MBK 외에 롯데쇼핑의 지분까지 매입해야 한다.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롯데카드가 골칫거리다. 롯데는 MBK에 매각을 하면서 롯데백화점에서 롯데카드를 이용할 경우 5% 할인을 해주는 등 각종 혜택을 줬다. 이로 인해 롯데쇼핑은 매년 만만찮은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되는 데다, 다른 카드사로 제휴사 범위를 확대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따라서 새 인수자에게 잔여 지분을 모두 매각한 뒤에는 지금껏 롯데카드에 줬던 여러 혜택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실적과 건전성이 악화됐는데 성장성까지 불투명한 롯데카드를 수조원의 값을 주고 살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롯데카드가 딜라이브(옛 씨앤앰), 홈플러스 등과 함께 김병주 회장과 MBK의 대표적인 투자 실패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