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가 운영 중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전경. /두나무 제공

두나무가 지난해 하이브와 손 잡고 야심차게 출범한 대체불가토큰(NFT) 기업 레벨스가 지난해에만 1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두나무는 지난해 수익 다각화를 목표로 NFT 사업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이번 성적만 두고 보면 ‘낙제점’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레벨스는 올해 1분기 2억3538만원의 영업수익(매출)을 기록했다. 그에 반해 레벨스의 영업손실은 지난 102억원에 달했다. 레벨스 관계자는 “레벨스는 지난 2022년 출범한 신설 법인으로 이번 손실은 초기 사업 인프라 구축 등의 비용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두나무는 레벨스 등을 통해 지난해 NFT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지난해 9월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에서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전자지갑 등 다른 사업들에 도전하기엔 여러 제약이 많다”며 “두나무는 NFT와 같은 사업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두나무가 NFT 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로는 가상자산 거래로만 수익을 올리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은 테라·루나 폭락과 당시 규모 3위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등으로 크게 위축됐는데, 이에 따라 국내 거래소들의 수익도 급감했다.

그래픽=정서희

가상자산 전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형 악재가 터질 때마다 거래 금액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량은 1조7784억달러(2304조원) 정도였으나, 테라·루나가 폭락한 5월에는 3200억달러 정도가 증발했다. 이후 거래량은 점차 줄어 FTX가 파산했을 때엔 1조1980억달러로 7개월 만에 30% 가까이 줄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가상자산 거래량은 9억달러 정도로 1년 만에 절반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가상자산 거래량이 줄자 두나무의 수익도 급감했다. 두나무의 수익 구조를 보면 수익의 97.8%가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올해 1분기 매출은 3048억원으로 전년 동기(4268억원) 대비 2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119억원으로 전년 동기(2878억원) 대비 26.3% 줄었다.

가상자산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커지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두나무는 지난해부터 사업 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나서왔다. 두나무가 가장 힘을 준 사업은 하이브와 합작 설립한 레벨스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레벨스 사업을 위해 미국 현지에 수차례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에 루나·테라 폭락 사태 규명을 위한 증인으로 채택됐었으나 레벨스 사업 준비 등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히며 이 사업에 공을 들였다.

다만 NFT 시장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아 레벨스가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에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가상자산 전문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8분 기준 NFT 거래 대금은 9억3385만달러(1조2078억원)를 기록해 한 달 만에 27.18% 급감했다.

국내 NFT 업체 관계자는 “미국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점도 NFT 업계로서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며 “레벨스를 비롯한 여러 NFT 업체는 올해 하반기에도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투자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NFT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도전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