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부업 광고 전단지. /연합뉴스

대부업계 1위 업체 러시앤캐시가 애초 계획보다 반년 빨리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저신용자들의 급전 창구인 대형 업체가 시장을 떠나면서 서민들이 제도권 밖의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심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최근 계열사인 러시앤캐시의 영업양수도 승인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접수했다. 금융위가 승인 신청을 허가하면 OK저축은행은 러시앤캐시가 가진 대부업 사업 관련 자산과 부채를 넘겨받는 작업을 시작한다. OK저축은행은 올해 말까지 1조원에 이르는 자산과 부채를 러시앤캐시로부터 양수할 계획이다.

OK금융이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겨 대부업을 정리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인 셈이다. OK금융은 지난 2014년 OK저축은행의 전신인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내년 말까지 대부업을 철수하기로 금융 당국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원캐싱과 미즈사랑 대부 라이선스를 각각 지난 2018년, 2019년 반납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 출입문에 대부업체 스티커가 붙어 있다. /뉴스1

그러나 예상보다 빠른 철수 시점을 두고 금융권에선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부업 시장 30%가량을 차지하는 러시앤캐시를 운영하는 아프로파이낸셜은 그룹 순이익에서 OK저축은행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그룹 차원에서 대부업을 더 유지해 얻는 실익이 적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대형 대부업체들이 사업을 접으면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안에서 돈을 구하기가 더욱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현재 자산 100억원 이상의 대형사들이 전체 대부 시장 신용대출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조달 비용이 빠르게 상승한 데다가 법정최고금리가 20%로 막히면서 이들 업체는 대출 자체를 꺼리고 담보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업계 총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은 2018년 말 68%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46%로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대형사들의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1조원에서 6조7000억원으로 약 40% 줄었다. 대출사업을 아예 접을 순 없다 보니 리스크가 낮은 차주(대출받는 사람) 위주로 대출을 하게 되고, 결국 저신용자들은 대부업에서도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조선DB

이렇게 제도권에서 벗어난 저신용자들은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서금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신용평점 하위 10%의 저신용자 3만9000∼7만1000명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21년(3만7000∼5만6000명)보다 많게는 1만5000명 늘어난 수준이다. 이들의 지난해 불법 사금융 이용 금액은 약 6800억∼1조2300억원(전년 6400억∼9700억원)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대부업의 최고 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하는 시장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금원 관계자는 “금융환경 변화를 고려한 유연한 최고금리 규제 및 예금수취 금융회사와 대부업 등 비수신 금융회사 간 최고금리규제 차별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