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으로 한 달 만에 신규 카드 발급 35만장을 넘기는 등 고객 유치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실제 카드 이용액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대개 편의점과 같은 소액 결제처인 데다가 가입자 대부분이 2030세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지난 3월 21일 이후 한 달간 신규 발급된 카드는 약 35만5000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만8000장 정도 늘어난 수치다. 카드별로 보면 신규 발급된 신용카드가 23만7000장, 체크카드가 11만8000장을 기록했다.
다만 신규 카드 발급량이 증가한 것에 비해 카드 이용 실적은 신통치 않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애플페이가 도입된 직후 4월 한 달간 개인 일시불 카드 이용 금액은 7조6293억원으로 집계됐다. 도입 전인 3월의 이용 실적(7조7764억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1000억원 넘게 감소한 셈이다.
현대카드의 실적이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에 카드업계에서는 애플페이 가입 주 연령층이 2030세대인 점을 꼽았다. 2030세대는 대개 사회 초년생이거나 중장년층과 비교했을 때 지출이 큰 편이 아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애플페이 신규 회원 중 2030세대의 비중은 7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20대가 51%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8%를 기록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20~30대는 40~50대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지출이 적은 경향이 있다”며 “현대카드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점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장소도 아직 편의점과 같은 소액 결제처인 점도 현대카드 발목을 붙잡고 있다. 현재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는 GS25, 스타벅스, 코스트코, 저비용 항공사인 진에어 등이 있다. 현대카드 통계에 따르면 애플페이 도입 후 910만건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 GS25에서 결제된 비율이 25%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데,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점도 악재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자체적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며 근거리무선통신(NFC)망을 깔고 있는데, 망이 깔리고 나면 다른 카드사들은 제휴만으로 이용을 할 수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KB국민·삼성·우리·하나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모두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우리카드는 당기순이익 4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6.51% 감소했다. 이어 KB국민카드가 31.03% 감소, 하나카드가 23.48% 감소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카드의 경우, 올해 1분기 7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769억원) 대비 7.9% 감소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 전체적으로 실적이 악화한 와중에 그나마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것은 애플페이 도입이다”라며 “애플페이를 통해 신규 고객 유치가 가능하기에 모두 속으로는 군침을 흘리고 있다”라고 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 역시 “애플로서도 수익 확대를 위해 다른 카드사와 제휴를 마다할 리가 없다”며 “결국엔 고객 유치를 위해선 카드사 간 제공하는 혜택 싸움이 될 텐데 그러면 현대카드의 수익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