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최근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엔터테인먼트 기업 초록뱀미디어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초록뱀미디어는 빗썸에 거액을 투자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초록뱀미디어가 속한 초록뱀그룹의 원영식 회장은 코스닥시장에서 전환사채(CB) 투자로 거액을 벌어들인 인물로 과거 주가 조작 혐의로 재판에 서는 등 숱한 논란에 이름이 올랐던 인물이다. 초록뱀미디어는 빗썸의 최대주주인 비덴트와 상호 투자를 하며 끈끈한 동맹 관계를 맺기도 했다.

의혹은 또 있다. 원 회장은 3년 전 자신이 소유했던 연예기획사를 쌍방울그룹에 매각했다. 이를 두고 금융 시장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과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원 회장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비덴트에 1000억 이상 투자…위메이드와 인연도

빗썸의 실소유주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초록뱀미디어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초록뱀이 빗썸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종현씨의 ‘돈줄’ 역할을 하면서 회사 자금 횡령과 주가 조작 등에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록뱀그룹은 빗썸의 최대주주인 비덴트와 비덴트 관계사 버킷스튜디오가 발행한 CB에 1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자했다. 원 회장이 빗썸과 관계사에 대한 투자를 시작한 시점은 2019년 10월부터다. 당시 그는 초록뱀 자회사와 여러 투자조합을 동원해 비덴트와 관계사들이 발행한 CB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검찰은 지난 15일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 거래 내역 확보 등을 위해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의 모습/연합뉴스

초록뱀은 지난해 7월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가 빗썸의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식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FTX의 인수 추진 사실이 알려진 후 비덴트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지분을 가진 초록뱀 역시 20% 넘게 급등한 것이다. 당시 초록뱀은 주식과 CB 전환 물량을 합쳐 비덴트 지분 6.39%를 보유한 2대 주주였다.

초록뱀과 빗썸 관계사들은 상대방 회사에 투자하며 밀접한 동맹 관계를 구축했다. 지난 2021년에는 게임사 위메이드와 손잡고 초록뱀미디어가 진행하는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최근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빗썸 계좌에 대량으로 보유했던 ‘위믹스 코인’의 발행사다. 위메이드는 초록뱀과 마찬가지로 비덴트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CB에 총 800억원을 투자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역시 비덴트의 사내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비덴트와 위메이드의 투자 소식과 함께 당시 초록뱀미디어 주가는 연일 급등하기도 했다. 2021년 11월 초록뱀미디어는 4만27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지난해부터 초록뱀미디어 주가는 계속 약세를 보이며 지난 22일 기준 7200원까지 떨어졌다.

◇ ‘빗썸 실소유주 의혹’ 강종현씨에 투자

빗썸은 여러 회사가 최대주주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로 엮여 있다.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인 비덴트는 인바이오젠이, 인바이오젠은 버킷스튜디오가, 버킷스튜디오는 이니셜1호투자조합이 각각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빗썸의 실소유주로 강종현씨의 이름이 오른 것은 정점인 이니셜 투자조합의 근간인 이니셜의 대표 겸 버킷스튜디오 사장인 강지연씨가 강종현씨의 여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상자산업계 일각에서는 강씨의 뒤에 원 회장이 있다는 의혹이 지속해서 나온다. 강씨는 과거 휴대전화 판매 사업 등을 해 온 인물인데, CB 투자 등을 통해 복잡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과연 빗썸의 경영권까지 손에 넣을 역량을 갖고 있겠냐는 것이다. 강씨에게 CB 투자 등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빗썸의 소유권까지 취득하도록 지도한 인물이 원 회장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었다.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졌던 사업가 강종현씨가 지난 2월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강종현씨의 빗썸 실소유 의혹이 불거진 후인 지난해 11월 경찰은 연예기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경찰은 압수수색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당시 강씨의 여자친구로 알려졌던 배우 박민영씨가 이 회사에 소속돼 있었다는 점을 들어 빗썸 수사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후크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가 바로 원 회장이 이끄는 초록뱀미디어였다.

원 회장이 숱한 의혹의 주인공으로 거론된 이유는 과거 코스닥시장에서 BW, CB 등을 활용한 무자본 M&A로 자산을 축적하고 주가 조작 논란 등을 겪었던 이력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7년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인 홈캐스트의 주가 조작에 참여했다는 혐의를 받아 1심에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2년 뒤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 김성태 쌍방울 회장과의 관계에도 시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된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과 원 회장의 관계에 대한 의혹의 시선도 있다.

원 회장은 후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 전 아이오케이란 연예기획사를 소유했다. 그는 아이오케이를 통해 지난 2019년 비덴트가 발행한 CB 855만여주를 매입했고, 빗썸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아이오케이가 빗썸 인수를 위해 투자한 자금은 447억원으로 당시 시가총액의 절반에 이른다.

그런데 원 회장은 돌연 이듬해인 2020년 아이오케이를 포비스티앤씨라는 회사에 매각했다. 포비스티앤씨는 2019년 쌍방울그룹에 인수된 남영비비안의 자회사로 정보기술(IT)과 콘텐츠 제작 사업 등을 하는 업체다. 원 회장이 빗썸 투자에 활용했던 아이오케이를 쌍방울의 김성태 전 회장에게 매각한 것이다.

현재 아이오케이는 쌍방울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의 한 축이 됐다. 쌍방울이 비비안을, 비비안이 포비스티앤씨(현재 인피티니앤티로 사명 변경)를, 포비스티앤씨가 아이오케이를, 아이오케이가 광림을 지배하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지난해 광림을 활용해 쌍용자동차 인수를 추진했다 실패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오케이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원 회장과 김 전 회장 측이 여러 계열사를 동원한 복잡한 자금 투자와 대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초록뱀이 왜 아이오케이를 돌연 쌍방울에 매각하고 이듬해 후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