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오르던 대출 금리가 주춤하면서 금리가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5월 말부터 은행·저축은행·카드사 등 신용대출 상품을 온라인으로 비교하고 유리한 조건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가 구축되게 되면 이런 움직임은 더 커질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비교한 뒤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가 오는 5월 30일 구축된다. 금융사에선 ▲은행 19곳 ▲저축은행 18곳 ▲카드 7곳 ▲캐피탈 9곳 등 53곳이 참여한다. 플랫폼사의 경우 대출비교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23곳이 동참했다.
지난해부터 금리 변동 폭이 커지면서 이자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는 차주(대출받는 사람)들의 대환대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출 중개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지난해 대환대출 실행 금액은 1조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7.8%가 증가했다. 대환대출에 성공한 이들은 평균 4.59%포인트의 금리를 낮췄다. 가계대출 금리가 내림세로 바뀐 지난해 말부턴 대출을 갈아타는 금융소비자가 매달 평균 6%씩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리가 연 7~8%대였던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은 최근 3~5%대까지 하단이 내려왔다”면서 “지난해부터 가계대출은 줄고 있지만, 차주들은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2금융권에서 받은 여러 개의 대출을 통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환대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지난달 27일 출시한 대환대출 상품인 희망대출 누적 신청자는 지난 20일까지 9100명에 이른다. 희망대출은 2금융권 신용대출을 연 10% 미만 금리의 은행권 대출로 전환해 주는 상품이다. 국민은행은 일반적으로 은행권 대출이 불가능한 다중채무자에게도 심사 결과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등 기준을 완화했다. 이 때문에 출시 한 달 만에 신청자가 1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잇달아 대환대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국민은행과 비슷한 2금융권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고, 우리은행 등도 서민을 위한 추가 상생금융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윤호영 대표가 직접 “보다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 드리는 대출 비교 플랫폼 준비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출 중개 플랫폼 역시 제휴 금융사를 늘리고 있다. 현재 토스·카카오페이·핀다·네이버파이낸셜 등 주요 대출 중개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은행과 제휴한 곳은 카카오페이로 13개다. ▲토스 12개 ▲네이버파이낸셜 9개 ▲핀다 7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플랫폼은 제휴 은행뿐 아니라 제휴한 은행이 제공하는 상품군도 개인신용대출에서 전세대출·사업자대출·주택담보대출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중개 플랫폼 출시 초기엔 제휴 은행이 많지 않아 한계가 있었는데, 최근엔 주요 시중은행 17곳 중 15개가 이들 플랫폼에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금융 당국 주도의 대환대출 인프라가 만들어지면 더 많은 차주가 대출 갈아타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