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기업이 참여하는 보험비교플랫폼이 이르면 올해 말 출시된다. 보험소비자들은 플랫폼사가 제공하는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보장 수준에서 가장 저렴한 보험상품을 이전보다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서비스 핵심인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을 두고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입장이 상반되고 있다.
2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이달 초 금융위원회는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어 ‘플랫폼 보험상품 취급 시범 운영 세부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해 8월 플랫폼 또는 핀테크 사업자가 복수의 보험상품을 온라인에서 비교·추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후 플랫폼사와 보험사, 보험대리점, 설계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시범 운영 방안을 구체화했다.
플랫폼 비교·추천 서비스가 허용되는 상품 유형은 온라인(CM) 채널 상품에 국한된다. 전화판매(TM) 또는 대면판매 상품은 제외된다. 상품 범위는 단기보험(여행자·화재보험), 자동차보험, 실손의료보험, 저축성보험 등이다. 가입자가 많으며 보험 상품구조가 표준화돼 비교, 추천이 가능한 상품으로 구성했다.
아직 구체적인 비교·추천 서비스 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활발히 협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보험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가 많은 빅테크 플랫폼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보험사별 상품구성이 크지 않다면 가격이 저렴한 중소형사 보험상품이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중소형사들은 자동차보험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 5곳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90%를 넘지만, 중소형사의 시장점유율은 8.9%에 불과했다. 현재 자동차보험 시장은 연 원수보험료만 하더라도 21조원 규모다. 자동차보험은 1년마다 갱신되는 상품으로 해마다 21조원 규모의 시장이 확보되는데,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고객 점유율을 높인다는 방안이다.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을 통해 한 번에 상품 가격을 비교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보험업계는 경쟁을 통해 건전한 시장 형성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또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소형 보험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사는 독보적 우위를 점하는 만큼 보험비교플랫폼 등장에 긴장하고 있다. 금융 당국에서 보험사들의 보험비교플랫폼에 가입을 권유하고 있어 플랫폼과 비교·추천 업무제휴를 추진하려고 하지만, 이미 시장점유율이 높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사업비가 추가 지출된다고 우려한다. 또 일부 대형사는 자체 채널만으로도 보험 계약이 활발한 상황이다. 실제 삼성화재는 자사 다이렉트 채널로 모집하는 자동차보험 계약이 전체 계약의 50%가량에 달하며 갱신율도 2021년 기준 90% 이상이다.
보험료 전망에 대한 업계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는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빅테크에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이 증가하면서 관련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플랫폼에 제공하는 수수료가 있으니깐 보험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자동차보험의 경우 수수료로 CM보다는 오르겠지만 여행자보험은 전용상품이 아닌 만큼 CM과 비슷한 수준 등 상품마다 보험료 전망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소형 보험사는 보험료 가격 인하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보험 가격 비교 추천 등 서비스가 도입되면 그간 정체돼 있던 국내 보험업계 내 혁신과 경쟁이 촉진돼 보험료가 인하된다는 것이다.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인데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상품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면 보험사는 가격을 낮출 것”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플랫폼을 활용하면 광고비 절감 등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