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월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 카드사 대출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은 저신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급전 창구로 통하는데, 불법 사금융으로 몰려야 했던 서민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1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카드론 평균금리는 14.24%로 전달(15.01%) 대비 0.77%포인트 하락했다. 여전히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지난해 말 평균금리가 16.05%였던 점을 고려하면 14%대로 내려온 것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우리카드가 13.51%로 가장 낮았다. 이어 ▲신한카드 13.75% ▲현대카드 13.97% ▲삼성카드 14.29% ▲KB국민카드 14.38% ▲롯데카드 14.84% ▲하나카드 14.91% 순으로 집계됐다.
카드론 금리가 하락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동결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에 이어 전날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여전채 등 채권시장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대출 등 사업에 필요한 자금 70%가량을 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여전채 금리가 인상돼 조달비용이 커진 카드사들은 대출금리를 올린다.
여전채 금리는 계속해서 하향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3년 만기 여전채 금리는 3.87%를 기록했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6%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채권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1월 2일에는 5.547%로 5%대, 2월 1일에는 4.252%로 4%대로 하락하고 지난 3월 3%대에 들어섰다.
앞으로 카드론 금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인식이 크다. 이에 여전채 금리 역시 안정화될 전망이다. 또 여전채 금리가 카드사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있는 만큼, 올해 여전채 금리 인하분이 이달부터 서서히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다. 통상 기존 여전채 물량으로 새로운 여전채 금리가 대출금리에 반영될 때까지는 2~3개월이 소요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여전채 금리가 안정화되면서 카드론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며 “통상 카드론이 하락하면 시차를 두고 리볼빙 서비스(수수료를 내고 카드값 결제를 미루는 방식) 금리도 하락하는 만큼 추후 리볼빙 금리 역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금리가 크게 내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는 선을 긋고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다섯 분은 당분간 최종금리가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물가가 상승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를 고려했을 때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드사 특성상 이용 고객의 신용도가 시중은행보다 낮은 만큼 카드사는 은행보다 더 보수적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차주 부실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며 “보수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운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카드사 대출금리가 떨어지면서 저신용자의 대출도 늘고 있다. 카드론은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저신용자들에게 ‘최후의 보루’로 간주한다. 대출금리 수준이 시중은행에 비교하면 여전히 높지만 법정최고금리(연 20%)에 달하는 대부업계나 법정최고금리를 넘는 불법 사금융에 비하면 금리 수준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들어 카드론 대출금리가 떨어진 이후 카드론 잔액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월 카드론 잔액은 36조8493억원으로 전달 대비 2144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