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전경/산업은행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제동을 걸면서 산업은행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든 외국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이 완료된 가운데 공정위가 경쟁 제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지연되자 국내 조선업·방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중국 등 해외 주요 7개국이 모두 한화와 대우조선 합병을 승인한 가운데 공정위에서 관련 심사가 지연되면서 산은 내부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외국 경쟁당국 승인이 모두 완료된 상황에서 관련 업계 일방의 주장을 바탕으로 국내 공정위 심사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매우 아쉽고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내 방산시장의 구조, 대우조선 정상화의 국가 경제적 중요성 및 방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인 점을 충분히 감안해 신속한 (공정위의) 승인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공정위는 한화가 대우조선과 기업 결합을 한다면 군함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고 한화 측에 시정방안 제출을 요구했다. 한화가 자사의 무기 시스템 등 기술정보를 대우조선해양에 독점 제공하게 되면 군함 입찰 경쟁에서 경쟁사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전날 브리핑에서 “이해관계자 의견 조회 결과 경쟁 사업자들이 정보 접근 차별, 경쟁사 봉쇄 가능성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라며 “현재 한화 측과 경쟁제한 우려 해소 시정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시정 방안에 대해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라고 했다.

산은은 공정위가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산은 관계자는 “산업부가 한화-대우조선의 방산업체 매매 승인을 이미 완료했는데, 이는 정부가 최종 수요자로 기술, 가격 등이 강력히 관리되고 있는 방산시장의 구조적 특성상 공정위가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함을 시사한다”라고 했다.

산은은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선 한화의 인수가 유일한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이 부채비율 1800%, 2년 연속 조(兆) 단위 손실을 입고 있어 사실상 독자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기업결합 무산으로 대우조선 정상화 실패 시에는 국내 조선업 및 방산업 경쟁력 저하 뿐 아니라 수만명의 고용과 수백개의 협력사를 포함한 지역사회와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부작용 초래가 우려된다”라며 “공정위가 방산 부문 수직결합 이슈를 제기한 상황에서 방산 부문 분리매각도 사실상 불가능해 대우조선 정상화의 대안 모색이 곤란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내수에 국한돼 있는 해상 방산시장의 글로벌 경쟁력 육성 및 시장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본건 투자유치가 신속히 종결되어 대우조선이 정상화된다면 경쟁업체와의 협력적인 경쟁 및 기술혁신, 공급망 다변화 및 안정화를 통해 국내 방산업의 양적·질적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공정위가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승인할 시 국가경제적 중요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산은 관계자는 “공정위가 고도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토대로 본건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것은 필요하나, 방산 시장의 구조적 특징, 대우조선 정상화의 국가경제적 중요성,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이 국내 방산업 도약의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 신속하게 승인하여 주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