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의 모습. /뉴스1

경기도가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1963년생) 지원을 위해 시중은행에 경기도권 유휴 점포 무상 임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는 민관 합동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하지만, 은행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일 금융권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는 최근 시중은행과 면담을 갖고 과거 지점이나 금융센터로 쓰였던 유휴 점포 무상 임대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경기도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국내 주요 은행과 차례로 만나 유휴 점포 무상 임대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은행 유휴 점포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베이비부머 지원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1월 민선 8기 경기도 공약을 확정했는데, 1호가 ‘경기도 베이비부머 재도약 지원’이다. 경기도는 342억원(시·군 예산 5억원 포함)의 예산을 편성하고 베이비무버 취업 교육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한다. 경기도는 2026년까지 베이비부머 취업교육 5500명, 취업자 33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중장년 일자리센터와 해피캠퍼스 등을 운영할 계획인데, 은행 유휴 점포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경기도는 은행에 민관 합동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유휴 점포 활용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경기도의 요구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현재 ‘점포 폐쇄 관련 공동 절차’에 따라 사전 영향평가를 진행한 뒤 점포 문을 닫는다. 유휴 점포는 매각하거나 사전에 활용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은행이 경기도에 유휴 점포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1호 공약인 '베이비부머 재도약 지원' 소요 예산과 목표./경기도 제공

은행들은 경기도에 유휴 점포 무상 임대에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도는 은행 소유 건물의 공간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경기도는 은행에서 무상으로 임차한 유휴 점포로 연내 3~4개소의 센터를 시범 운영한 뒤 경기도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결국 시중은행들이 수십여개의 유휴 점포나 소유 건물의 공간 일부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은행의 공익성을 강조하며 사회 환원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지자체에서 부동산 무상 임대까지 요구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점포를 위해 건립한 건물은 구조가 특이해 임대도 잘 나가지 않는다”며 “특별히 입지가 좋거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점포가 아니라면 대부분 매각한다”고 했다. 그는 “유휴 점포를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 은행이 그만큼 금전적 손해를 보기 때문에, 공익성을 고려하더라도 주주와 고객 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