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 체계 수정에 나서면서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한편,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금리 산정 체계가 이자 상한 규제로 작동할 경우 대출 유인이 떨어진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여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4일 ‘합리적인 금리산정을 위한 정책 동향 및 쟁점’ 보고서를 통해 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정책 개입이 대출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금리 산정에 금융 당국의 개입이 강해지면 은행의 대출 유인이 감소해 대출의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금리 산정 체계가 대출 이자의 상한선을 정하는 규제로 작용하게 될 경우 은행은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공식에 따라 대출을 실행할 유인이 떨어진다.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공시까지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은행이 안정적이고 낮은 수준의 금리가 적용되는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진다.
김강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금융당국의 금리산정에 대한 정책개입이 강해져 은행에 대한 일종의 대출이자 상한 규제로 작용하게 될 경우 은행의 대출 유인이 감소해 이전보다 대출받기가 어려워지거나, 은행의 리스크 회피 경향에 따른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관행으로 대출 수요자 간 대출 여력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 당국이 금리 산정 체계 개선 차원에서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되는 업무원가, 리스크프리미엄, 목표이익률 등 내부 경영사항을 통제할 경우 은행의 경영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금리 산정 체계 개편에 앞서 대출금리 인상과 은행 이자수익 확대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인에 따라 정책 개입 필요성이나 수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보는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과 이자수익 확대에 대한 원인은 크게 시장원리에 의한 조정과 은행권의 금리 과다 산정으로 나뉜다. 은행의 이자수익 증대가 시장원리에 의한 조정이라고 보는 관점에서는 금리 산정 체계에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정당성이 떨어진다. 기준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경쟁 완화, 차주 신용위험 증가, 은행들의 중금리 대출 확대 등이 다양한 변수 요인을 기반으로 시장원리에 의해 금리가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대출금리 인상과 은행 이자수익 확대가 과점 체제에 있는 주요 은행들의 금리 과다 산정 때문이라고 보는 측면에서는 금융 당국이 금리산정 절차에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김 입법조사관은 “다만, 은행산업의 과점체제 자체를 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과점체제로 인한 경쟁제한행위 발생 우려 등 시장비효율과 함께 정부 인가로 운영되고 있는 은행산업의 규제산업적 속성, 은행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은행 대형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특히 예대마진의 적정 수준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는 게 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최근 3년간 증가하는 추세에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예대금리차가 특별히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예대마진은 지난해 말 기준 2.55%포인트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홍콩(5.05%포인트), 스위스(2.94%포인트)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의 합리적인 금리산정을 위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이러한 논의가 실효적인 방안 제시 없이 관치금융 논란만 불러오거나, 은행에 대한 지나친 도덕적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