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신규와 더불어 기존 고객의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권에선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이 은행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최저 금리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은행은 금융소비자의 이자 비용 경감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전체에 대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KB국민은행은 전체 가계대출 상품에 대해 은행권 최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은 공공재” 발언 이후 수수료 면제와 취약층 대출금리 인하 조치 등 취약차주 금융지원 방안이 은행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은행의 사회적 역할과 상생금융 확대를 요구하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 때문이다. 당국은 최근 6개 과제를 한 번에 손보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당국의 이런 행보 최전선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7일 은행의 영업행태가 ‘약탈적’이라며 “실효적 경쟁이 존재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이 최근 내놓은 10조원 규모의 취약계층 지원책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있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넘어갔는데 본질과 어긋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잇달아 은행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엔 하나은행 본점을 방문해 하나은행의 차주 우대 대출상품 시판을 격려하고 중소기업 대표, 소상공인 개인 차주 등과 간담회를 했다. 하나은행은 당시 ‘햇살론 15′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잔액의 1%에 상당하는 금액을 캐시백해주는 프로그램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안심 고정금리 특판대출의 출시를 발표했다. 지난 7일엔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자 대상으로 대출 잔액의 1%를 돌려주는 ‘이자 캐시백’ 프로그램을 1년간 실시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하나은행에 이어 지난 8일엔 부산에 있는 BNK부산은행 본점을 방문했다. 그는 이날 역시 부산·경남지역 중소 업체 대표, 소상공인, 금융소비자 등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부산은행도 판매 중인 주택·전세·신용대출 전 상품의 신규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총 1조6929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방안을 내놨다. 이달 중 판매 중인 주택·전세·신용대출 전 상품의 신규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4월 중엔 기존 대출 차주에 대해서도 금리 인하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취약계층의 금융비용 절감 및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BNK 따뜻한 상생 대환대출’ 신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복현 원장은 곧 신한은행, DGB대구은행 등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은행들 또한 기존에 발표한 다른 은행들의 지원 방안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선 당국이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 등 취약차주 지원 방안을 권고하는 것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시장 방향성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원장은 이날 “(금감원의 조치가) 통화정책 발현을 저해한다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통화량 추이나 잔액 기준 이자율 변동 추이 등을 보면 계속 상승 국면에 있어 통화정책이 발현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면서 “다만 오늘 KB국민은행이 발표한 것처럼 범위 내에서 은행들은 어느 정도 룸(공간)이 있기 때문에 각 은행의 소비자 특성에 맞게 고통을 분담하는 것은 배치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