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편집부

윤석열 대통령의 ‘돈 잔치’ 지적을 받고 있는 금융권이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사외이사 재편을 예고했다. KB·우리·하나금융그룹은 3월 말 임기가 종료되는 사외이사 자리 절반 이상을 새 후보로 채웠고, 신한금융그룹은 사외이사 세 자리를 줄이며 규모를 축소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KB·신한·우리·하나·NH 등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8명 가운데 30명(약 79%)의 임기가 만료된다. 그룹별로 보면 ▲KB금융 7명 중 6명 ▲신한금융 11명 중 10명 ▲하나금융 8명 중 8명 ▲우리금융 7명 중 4명 ▲NH금융 5명 중 2명이 임기 종료 대상자다.

통상적으로 금융권에선 사외이사의 임기가 끝나도 상법상 최장 6년(KB금융은 5년)까지는 대부분 재선임해왔다. 그러나 최근 당국이 이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는 등 사외이사 제도 개편에 나서면서 사외이사 구성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왔다. 특히 기존 최고경영자(CEO)가 용퇴를 결정하고 새 수장을 맞은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대대적인 사외이사 교체 가능성이 더 커졌다.

지배구조 개편 의지를 드러낸 임종룡 회장 내정자가 있는 우리금융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 2명을 추천했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분 4% 이상씩 투자한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노성태(한화생명), 박상용(키움증권), 정찬형(한국투자증권), 장동우(IMM PE) 등 4명이 교체 대상이다. 정 이사를 제외한 이들은 손태승 회장이 우리은행장에 오를 때부터 사외이사직을 맡아왔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금융권 전반의 쇄신 분위기에 발맞춰 이사회 구성에도 과감한 변화를 주고자 2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며 “4년 임기를 마친 정찬형 이사는 경영 연속성을 위해 1년 임기로 재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일러스트=이은현

우리금융처럼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바뀐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규모를 줄였다. 김조설 이사를 제외한 10명의 임기가 이달 끝나는데, 신한금융은 현재 11명에서 9명으로 사외이사 자리를 줄인다. 신한금융 사외이사는 12명이었으나 앞서 변양호 사외이사가 스스로 사퇴한 바 있다. 이들 중 재일교포 측은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들게 되지만, 전체 사외이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3%로 유지된다.

사외이사 7명을 보유하고 있는 KB금융은 임기가 끝난 사외이사 6명 중 3명을 신규 추천했다. 2018년부터 이사직을 이어온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등 3명의 이사가 자리에서 떠난다. 신임 후보인 여정성, 조화준 후보와 중임 후보인 권선주 후보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면,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3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합류하게 된다. 또 KB금융 노동조합이 추천한 임경종 전(前) 수출입은행 인니금융 대표이사가 사외이사로 올라갈지 여부도 관건이다.

다만 하나·NH금융은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의 경우 8명 사외이사 전원의 임기가 이달 완료된다. 그러나 이들 중 6년 이상 재직한 사외이사가 없어 최대 임기 제한에 걸리지 않고 연임이 가능하다. NH금융의 경우 사외이사가 7명 중 2명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수는 상대적으로 적으나, 지난해 말 새로운 회장을 맞이한 만큼 사외이사진 역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장이 바뀌면 사외이사 구성 역시 변동이 있기 마련이다”라며 “최근 금융당국이 연일 사외이사의 감시와 견제 역할을 강조하고 있고, 4월부턴 주요 금융그룹으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