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신용평가

카카오뱅크(323410)삼성카드(029780)가 신용정보평가업 진출을 위해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최근 정부가 중금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용평가업 규제를 풀면서 이동통신사와 핀테크 기업의 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여기에 금융사들이 합류하면서 신용평가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삼성카드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전문개인신용평가업(비금융CB)과 개인사업자신용평가업(CB)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금융당국은 곧 심사를 통해 예비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예비인가 심사를 통과하면 이후 본인가 신청 및 심사를 통해 최종 본인가를 획득하게 된다.

비금융CB는 기존의 금융 거래에 따른 개인신용정보가 아닌 통신·전기·가스 등 요금 납입 내용이나 온라인쇼핑 기록 등 비금융 정보를 수집·평가해 그 결과를 제3자(주로 금융사)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예컨대 통신 요금을 연체한 이력이 없으면 신용평가에 긍정적인 요소로 반영하는 식이다. 금융이력 부족으로 금융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는 금융소비자의 대출한도를 늘리거나 금리를 내려주는 등 다양한 금융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중⋅저신용 고객 비중을 기존 10%에서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비금융CB 예비인가를 신청한 것도 중⋅저신용 고객 확대를 위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중·저신용 및 금융이력 부족 고객을 위해 대안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개발하고 지난해 12월부터 대출 심사에 적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스코어는 중저신용·금융이력 부족 고객(씬파일러·Thin Filer)의 신용을 비금융데이터 등 대안정보를 활용해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는 모형이다. 카카오뱅크가 11개 기관, 3700만건의 가명 결합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했다.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대출이 불가능했던 고객 가운데 10%를 우량한 고객으로 선별하고 대출을 제공했다. 카카오뱅크스코어가 활용하는 대안정보들은 유통정보, 도서구매, 자동이체정보 등이 있다. 비금융CB 인가를 받을 경우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고객 대출 심사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들은 최근 CB를 새로운 먹거리로 정하고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인사업자가 남긴 결제 정보와 비금융데이터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빅데이터 분석력이 최대 강점이다.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가맹점 데이터를 통신·유통·플랫폼 등 다양한 기업 데이터와 결합하면 새로운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통신사 데이터를 분석하면 고객의 이동 경로는 확인할 수 있지만, 이동 목적은 확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카드 결제 데이터를 결합하면 고객이 특정 장소에 이동한 목적까지 알 수 있다. 데이터 결합이 활성화하면 다양한 고객맞춤형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성남 판교 오피스. /카카오뱅크 제공

중금리대출은 새로운 시장 진출과 더불어 금융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직결된다. 국내 씬파일러 규모는 금융거래 고객의 약 25%인 12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10%만 고객으로 확보해도 120만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게 된다.

이동통신사들도 비금융CB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통신 정보나 통신요금 납부 이력 등을 통해 고객의 신용정보를 평가할 수 있어서다. 씬파일러라도 통신요금 연체 이력이 없을 경우 신용등급을 높게 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017670)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 3사는 지난해 8월 SGI서울보증·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함께 비금융CB사업 진출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통신 3사는 합작법인에 통신정보를 제공해 비금융 신용평가 서비스를 운용하기로 했다.

현재 비금융CB 본인가를 받은 곳은 핀테크업체인 크레파스솔루션이 유일하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지난 2021년 12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비금융CB 본인가를 받았다. 신용평가업 인가는 2005년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신용평가업 인가 이후 16년 만의 일이며, 데이터 3법 중 신용정보법의 개정에 따른 최초의 전문개인신용평가업 허가다.